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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글부글] 골고루 골골골

등록 2010-03-04 10:42 수정 2020-05-03 04:26
공정택 전 서울시 교육감. 한겨레 강창광 기자

공정택 전 서울시 교육감. 한겨레 강창광 기자

골(goal·목표)을 이룬 자는 아름답다. 만고의 진리다. 이걸 잘못 알아듣고, 골을 지르는 이들이 꼭 있다. 골 때리는 건 차라리 애교다. 아무튼 골을 잘못 다룬 자 골로 갈 수 있다는 사실도 오랜 진리다.

공정택 전 서울시 교육감이 2월25일 시 교육청 인사 비리 연루 의혹으로 출국금지 당했다. ‘MB 교육의 아바타’로 불리던 이다. ‘미래와 공감하는 교육감’이란 선거 기치 아래 ‘획일적 평준화 교육에 대한 보완’을 골로 잡았다. 하지만 재산 허위 신고 사실이 드러나 그 골들 모두 골로 갔다. 서울서부지검은 앞서 김아무개(60) 전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이 용도 불명의 14억원을 관리해온 사실을 밝혀내고, 이 돈이 공 전 교육감을 비롯한 당시 교육청 고위 인사들과 관련돼 있을 가능성을 캐고 있다. 같은 날, 서울자유교원조합·뉴라이트학부모연합은 직접 공 전 교육감을 고발했다. 이들은 “장학사뿐만 아니라 교육청 고위 간부들도 공 전 교육감의 선거 비용 반환 자금을 모으기 위해 비리를 저질렀다. 시설 공사나 납품 등과 관련된 비리는 인사 비리보다 액수가 더 크다”고 주장했다. 무죄이길 바란다. 아니면 “공정택 전 교육감의 골이 골로 가면서 국민들 골을 질렀다”가 된다.

교육과학기술부의 골은 좋은 교육감이 곳곳에서 당선되는 것이다. 그를 위해 사전 선거 개입 의혹까지 감수한다. 골을 중시하는 공무원의 자세다. 범야권 후보들의 무상 급식 공약에 대한 대응방안 문건을 한나라당 교육과학기술위 의원들 보좌진에게 건넨 사실이 지난 2월24일 드러났다. 문건은 “야당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상 급식을 국민 지지와 여론 조성의 호재로 활용할 가능성”을 지목하며 “2012년까지 정부의 급식비 지원 확대 계획을 선제적으로 언론에 발표하는 방안 검토”라고도 적고 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무상 급식을 추진하는 지방교육청에 재정상 불이익을 주는 방안의 검토를 제시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뭥미. 교과부는 “지방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며 그 골이 그 골이 아니라 했다. 맞길 바란다. 아니면 “교과부가 그 골이 아닌 골로 골을 이루려다, 골 때렸다” 되겠다.

어느 골이든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걸 배워온 학생들이 가만있을 리 없다. 서울 자율형 사립고에 114명이 부정 입학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389명)을 편법으로 이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이들만 248명이다. 서울시교육청은 2월26일 114명의 합격을 모두 취소했다. “사회적 배려 좀 받고 싶었던 소박한 골만 골로 가 골골대게 생겼다” 되겠다. 뭐, 다른 데 가면 된다. “없는 자만 배려하는 더러운 사회”라 스스로 골 지르진 마시라.

한국은 최적화 사회다. 누군가 골을 지르거나 때리면, 골고루 골(뇌)을 식혀주는 이들이 있다. 김연아, 이승훈, 이상화, 모태범, 그 밖의 모든 밴쿠버 겨울올림픽 참가자들, 아, 마오도…. 힘겹게 골을 이루거나 놓친 자는 모두 아름답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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