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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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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글부글] 아스께끼~

등록 2010-01-11 11:20 수정 2020-05-02 04:25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한겨레> 김명진 기자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한겨레> 김명진 기자

대한민국은 수수께끼 공화국. 알다가도 모를 게 너무 많다. 호기심 많은 ‘아스께끼 민족’에겐 고문이다. 정초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50%를 넘었다. 촛불집회 이후 처음이다. 조사 결과를 보면 ‘매우 잘한다’ 11%, ‘대체로 잘한다’ 45.7%, 합치면 56.7%다. 올레! 몸풀기 수수께끼 나가신다. 두 명 중 한 명이 넘는 셈인데, 누구든 주변에서 그 정도로 지지자를 만나긴 어렵댄다. 얼레? 그 속을 보면 더 미궁이다. 53.3%는 사교육비 부담이 더 커졌다고 말한다. 이전과 비슷하다는 이도 33.7%다. 언론 자유가 더 악화됐다는 43.3%, 이전과 비슷하다는 42.2%도 있다. 국민 갈등 심화가 더 커졌다는 48.2%, 줄었다는 11.4%, 인권·민주주의가 후퇴했다는 34.2%, 이전과 비슷하다는 48.1%…. 수수께끼는 수수께끼일 뿐 미치진 말자. 경제운영에 대한 지지도는 53.7%(매우 잘했다 6.3%, 대체로 잘했다 47.4%)를 기록했다. 제 살림이 나아졌다는 이는 7%다. ‘달라진 게 없다’ 59%. ‘더 나빠졌다’ 34%. 한마디로 “정책은 반대하나 그분은 지지한다”다. “불법이지만 합법이다”라는 ‘헌재놀이’를 해봤고, 사돈이 땅만 사도 배가 아프다며 콩 한쪽을 나눠먹겠다는 ‘수수께끼 민족’에게도 이는 지나친 고문이다. 답을 캘 수 없다. 게다가 자기들이 그리 대답해놓고선, 왜 그런지 궁금해한다.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국가를 위해 ‘큰일’ 했다. “박연차 전 회장에게 받은 15만위안(약 2500만원)을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기간 중 외국 레슬링 심판들에게 줬다”는 것이다. 박 전 회장에게서 세금조사 무마 청탁을 위한 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천 회장은 대한레슬링협회장. 그는 “특급 심판에겐 직접 주기도 했고 아래 심판들에겐 협회 간부가 줬다”고도 했다. “관례”란다. 몸풀기 수수께끼. 뒷돈 먹어 뒷돈으로 토했다면, 죄는 곱절인가 0인가. 그것도 국가의 이름으로라는데. 알다시피 정부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을 단독 사면했다.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를 위해서다. 수수께끼 쏟아진다. 천 회장은 세계레슬링대회 유치를 꾀할 것인가. 정부는 그럼 그를 사면할 것인가. 아, 두 분 체급이 다르신가. 그럼 계속 ‘빠떼루’ 줄 건가. 1등만 빠데루 안 받는 세상은 정말 더러운가….

소방방재청이 폭설피해 예방대책을 1월7일 발표했다. “네 집, 네 점포 앞 눈 네가 안 치우면 과태료 100만원(최대)”이 뼈대다. 눈 치우고 사고 수습하느라 너무 고생하셨다. 이해된다. 단 수수께끼도 쌓인다는 것을 외면할 순 없다. 원칙과 법을 중시하는 이명박 대통령께선 청와대 앞 눈 치우셔야 할까, 아닐까. 청와대 직원들, 제 집도 치우고 여기도 치워야 할까. 아, 김형오 국회의장한테 전화하면 될까. “이것 좀 치워달라”고?

알다가도 모를 수수께끼 고문들로 고통받는 시민에게 정부는 ‘아스께끼’를 허하라. 옷 한 번 들춘다고 가공할 진실이 드러날까마는 고통이 너무 크다. 하지만 법과 원칙을 중시하는 이 대통령, 화내실 것 같다. 떼끼!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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