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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글부글] 온난 삼총사, 못난 삼총사

등록 2009-12-15 11:11 수정 2020-05-03 04:25
엄기영 문화방송 사장. 박종식 기자

엄기영 문화방송 사장. 박종식 기자

기후부글변질위원회에서 온실가스 배출에 힘쓴 ‘온난 삼총사’를 선정해 발표한다. ‘못난 삼총사’로 오독되지 않길 바란다. 우리 사회는 더 따뜻해져야 한다며 ‘온난 정부’를 기치로 한 이명박 정부의 2009년을 세밑 되새기기 위함이다. 본상에 앞서 특별상부터 발표한다.

특별상: 소, 돼지, 개

기여도로만 보면 감히 이들을 넘볼 수 없다. 하지만 후순위로 뽑힌 인간이 자존심 상할 것을 염려해, 특별상을 주기로 했다. 주는 대로 섭식하며 때마침 겨울철 복지부동하여, 그 방귀의 농도가 진하고 트림도 걸다. 그에 섞인 메탄은 100년에 걸친 온실효과가 이산화탄소보다 23배 강하고, 초기 20년은 62배 강하다. 특히 한국은 미국산 쇠고기까지 수입해가며 그 나라 소들도 더 온난한 사회 만들기에 동참하도록 애쓰고 있다.

1. 방송문화진흥회

문화방송 대주주로 온난화에 동참하기 위해 지난 12월10일 이사회를 열었다. 엄기영 사장을 유임하고, 보도본부장·TV제작본부장 등 보도 및 프로그램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임원은 모두 해임했다. 온난 정부는 주는 대로 섭식하며 복지부동하는 정권의 조력자들을 만들기 위해 법까지 어기며 방송을 장악하는 ‘음난 정부’라는 오해까지 받아왔다. 그럼에도 온난화에 대한 강한 신념과 추진력을 발휘한 끝에, 엄기영 사장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라 내뱉는 한숨 5t, 부하 간부들에겐 억울한 한숨 5t을 배출토록 하였다. 저마다 한 해 이산화탄소 4.2t을 흡수하는 30년짜리 소나무 한 그루씩 심어도 한숨의 0.8t은 온난화에 기여하게 된다. 엄 사장에겐 안도와 수치가 착종된 한숨도 짙다는 분석이다. 울력했던 핵심 경영진이 교체되며 사실상 불신임받았다는 분석이 뒤따르지만, 실상 이 대통령의 후보 시절 최측근이던 김인규 한국방송 사장만큼의 신임을 얻은 것이기 때문이다.

2. 여성부

여성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촛불집회에 동참했던 시민단체에 정부 보조금 지급을 거부했는데, 결국 위법이란 판결을 받았다. 서울행정법원은 “불법 시위 불참 확인서 작성을 요구하고 이를 거부하자 보조금 지급을 거부한 처분은 위법하다”며 보조금 지급 거부 취소 소송을 낸 한국여성의전화 쪽을 손들어줬다. 당초부터 못난 조처라는 비판을 받았으나 온난 사회를 만들겠다는 뚝심으로 굴하지 않았다. 보조금을 거부하며 여러 시민단체가 분노의 한숨을 내뱉도록 유도해 농도 100%의 이산화탄소를 대량 적출하는 데 성공했다. 게다가 건국 이래 유례없는 종류의 소송까지 견인해 종이·교통·행정 낭비 등을 통한 각종 에너지 소비까지 이끌어냈다.

3. 교육과학기술부

교과부가 외고 체제 개편과 관련해 정원을 10~40% 정도만 줄이거나 국제·자사고 등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최종안을 내놓았다. 이는 지금의 5분의 1 수준으로 정원을 대폭 줄이고 선발 방식도 바꿔 사교육 광풍을 억제하겠다는 당초 시안과 크게 다르다. 불필요한 에너지 절약이 조장되고 온난 사회의 걸림돌이 된다는 각계의 우려를 교과부가 온난하게 수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또한 시국선언에 참여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 15명에 대한 징계를 미룬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을 검찰에 고발하며, 이산화탄소 배출 요소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있다는 공로가 인정된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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