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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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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뜨거워지고 있는 것인가

마이클 크라이튼 소설 <공포의 제국>…
누구나 당연시 하는 지구온난화가 음모론적 가설에 불과한 것이라면?
등록 2009-11-12 16:05 수정 2020-05-03 04:25
〈공포의 제국〉

〈공포의 제국〉

하루 차이를 두고 나온 두 신문 기사를 보자. 먼저 2009년 10월14일치 에 실린 기사 내용이다.

“빙하 녹아 물난리 …에스키모들, 고향 등질 판: 알래스카 서해안의 시워드반도에 접해 있는 사리세프섬 시시마레프 마을에는 이누이트(에스키모)족이 산다. 인구는 500여 명. 이들이 고향을 등져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1990년대 초부터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하던 연안의 얼음이 녹으면서 폭풍과 해일 피해가 늘었고 해안 침식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야생동물도 지구온난화의 수난을 겪고 있다. 국립공원협회 알래스카 지역 책임자인 짐 스크랜턴은 ‘바다 얼음이 줄어들면서 알래스카의 북극곰이 갈수록 줄고 있다’고 말했다. 북극곰의 먹이는 바다표범 새끼. 이들은 얼음 위에서 자란다. 그런데 연안의 얼음이 녹아버려 북극곰이 바다 가운데 얼음까지 가야 하고, 중간에 지쳐 죽기도 한다. …알래스카의 육지 빙하도 매년 8420만t씩 줄어들고 있다. 알래스카 빙하가 녹은 물이 바다에 들어가서 전세계 해수면을 매년 0.23mm씩 끌어올린다. 지구 해수면은 매년 3mm 상승하고 있는데 그중 1.5mm는 해수 온도가 올라가면서 바닷물이 팽창한 게 원인이고 나머지 1.5mm는 육지 빙하가 녹아서 생겼다.”

다음은 바로 그 전날치 기사다. “지구온도 1998년 이후 11년간 상승 안 해: 지구 역사상 가장 무더웠던 해는 최근인 2008년이나 2007년이 아니라 1998년이다? 영국 은 지난 11년간 지구 온도가 거의 상승하지 않았으며, 그 기간 지구 온도 상승의 주범으로 알려진 온실가스의 배출이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라고 보도했다. …또 현재 관심을 끄는 사안은 지구의 ‘열 저장소’로 불리는 바다의 상태다. 웨스턴워싱턴대의 돈 이스터브룩 교수는 ‘1980~1990년대엔 대양의 온도가 상승하는 주기에 있었지만, 최근 하락 주기를 맞았다’며 ‘이는 향후 지구 온도도 하락할 것임을 뜻한다’고 말했다.”

지구 온도 상승 여부조차 의견 엇갈려

어리둥절하지 않은가. 지구의 온도가 매년 상승하고 있는데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놓고 논쟁이 벌어진다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고 있는지, 내려가고 있는지에 대해서조차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온도계를 읽는 데 노벨물리학상에 빛나는 과학자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지구 곳곳의 온도를 측정해서 과거의 측정치와 비교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는 등 최근 지구의 기후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그 원인이 이산화탄소 과다 배출에 따른 온실효과 때문인지에 대해 마이클 크라이튼은 의문을 제기한다. 사진은 한때 만년설과 얼음으로 가득찼던 아프리카 킬리만자로산의 분화구에 녹다가 남은 얼음 절벽 조각이 탑처럼 외롭게 서있는 모습. 연합/AP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는 등 최근 지구의 기후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그 원인이 이산화탄소 과다 배출에 따른 온실효과 때문인지에 대해 마이클 크라이튼은 의문을 제기한다. 사진은 한때 만년설과 얼음으로 가득찼던 아프리카 킬리만자로산의 분화구에 녹다가 남은 얼음 절벽 조각이 탑처럼 외롭게 서있는 모습. 연합/AP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 은 그러나, 이 단순한 작업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소설은 충격적인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기금을 모으는 데만 정신이 팔린 극단적 환경보호운동가들이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살인을 저지른다. 현재 가장 인기리에 팔리고(?) 있는 지구온난화 이론을 입증하기 위해서 인위적인 기상이변을 일으키려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소풍 나온 어린이들이 모여 있는 국립공원에 번개를 치게 하고 쓰나미를 발생시키기 위해서 인공적인 지진을 일으키려는 노력도 한다. 그 과정에서 다수의 생명이 위험에 처하는 것에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환경보호 행사에 참석해서 구호를 외치고 하이브리드차를 운전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유명 인사들이 막상 엄청난 연료를 소비하는 자가용 제트기로 여행을 즐기는 모순을 꼬집는 대목도 등장한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지구온난화에 관한 우리의 상식을 뒤흔드는 대목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재 지구의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원인으로는 인류가 배출하는 온실가스, 즉 이산화탄소를 떠올린다. 온실효과로 지표면의 온도가 올라가면 해수면이 상승해서 낮은 지대의 도시가 물에 잠기게 되고 엄청난 기상이변이 일어난다. 이런 현상은 인류의 생존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기 때문에 어떠한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낮추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제시되는 것이 교토의정서다. 그러므로 교토의정서를 비준하지 않는 것은 인류에 대한 배신 행위나 다름없고 단호히 배격돼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이 책은 그런 논리에 근거가 전혀 없거나, 있더라도 희박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소설에 각주를 붙이고 참고문헌 목록을 싣는 특이한 습관을 가진 마이클 크라이튼의 책인 만큼 광범위한 조사와 탄탄한 자료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지구온난화에 관한 저자의 주장을 소설적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쉽게 치부하기는 어렵다. 과연 지구온난화 이론은 잘못된 것일까. 완전히 틀렸다고 할 수는 없더라도 오류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가설에 불과한 것일까. 만일 그렇다면 어떻게 그런 이론이 이토록 광범위하게 상식으로 자리잡게 되었을까. 저자는 몇 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첫째는 선입견이 실험이나 관찰 결과 자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쥐들을 두 연구소에 보내면서 한 연구소에는 높은 지능을 갖도록 번식시켜서 빨리 미로를 통과할 수 있는 쥐들이라고 알려주고, 다른 연구소에는 지능이 낮은 쥐들이라고 알려주면 실제 실험의 결과도 그렇게 나온다는 예를 들고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정치가들이 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공포’가 필요하기 때문에 근거가 희박한 이론이라도 퍼뜨린다는 것이다.

인위적 기상이변 시도하는 과학자들

실제로 지구온난화 이론이 그러한 경위로 만들어진 것인지 확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상당한 근거를 제시하면서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널리 받아들여지는 가설이더라도 한 번쯤 의심해보아야 한다는 것, 특히 그런 의심을 갖는 것 때문에 인기 없고 비난받기 쉬운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되더라도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는 저자의 말은 경청할 만한 것임이 틀림없다.

실제로 기상이변에 관한 언론 보도를 검색해보면 별다른 근거도 없이 거의 무조건적으로 지구온난화를 그 주범으로 지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일반인들도 현대에 와서 일어나는 급격한 기후변화는 온실효과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기상학자들조차 정확한 원인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런 식의 단정은 성급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특히 토네이도·태풍·엘리뇨 등 이상 현상의 발생 건수가 일반적인 믿음과는 달리 예전에 비해 늘지 않았다는 자료를 보면 우리의 상식이 선입견에 근거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커진다.

다시 최초의 신문 기사로 돌아가보자. 과연 지구는 더워지는가? 과학자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지구 온도가 어느 정도 올라간다고 보는 것 같다. 지구온난화 이론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는 사람들도 지표면의 온도가 상승한다는 사실에는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다만 그 정도가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작다고 보는 것이다. 의 저자 프레드 싱거와 데니스 에이버리는 현재 1500년 주기의 기후변동에서 온난화가 진행되는 중이기 때문에 지구 온도가 상승하고 있지만 그 정도는 미미하다고 말한다. ‘지구온난화에 관한 어느 기후 과학자의 불편한 고백’이라는 부제가 붙은 을 쓴 로이 W. 스펜서는 2100년까지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산업화 이전에 비해서 두 배 늘어나지만 지표면 온도는 0.5도 상승하는 데 그친다고 말한다.

있는 사실이 아니라 어떤 목적을 위해 과학자가 자신의 실험 결과를 꿰맞추려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위험한 행동이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가 10월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연구비 횡령 등과 관련해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가고 있다. 한겨레 이종근 기자

있는 사실이 아니라 어떤 목적을 위해 과학자가 자신의 실험 결과를 꿰맞추려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위험한 행동이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가 10월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연구비 횡령 등과 관련해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가고 있다. 한겨레 이종근 기자

30년 전엔 빙하기 도래 예견하기도

기상 이론에 관해서 완벽한 문외한인 나에게 답을 내보라고 한다면? 글쎄, 굳이 대답을 해야 한다면 ‘자료가 부족해서 판단을 하기 어렵다’는 말 이상은 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기온이 상승한다는 데 어째서 동의하지 못하느냐고?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에 불과한 1975년 미국 국립과학기술원은 앞으로 100년 이내에 지구가 심각하게 추워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당시 로렌 폰테는 라는 책에서 “국립과학기술원의 보고서는 충격적인 것이다. 왜냐하면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과학자들이 빙하기가 가까운 미래에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과학기술원은 10만 년 동안 지속될지도 모르는 한랭한 기후에 대한 연구를 위해 연구비를 4배로 늘려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고 쓰고 있다. 폰테는 대중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지구 한랭화는 앞으로 11만 년 동안 대처해야 할 사회적·정치적 문제다. 이 문제에 관한 정책 결정에 대중이 동참하는 것은, 우리들 자신과, 우리들의 자손과, 인류 전체의 생존을 위해서 아주 중요한 일이다”(프레드 싱거 등 에서 인용)라고 말했다 한다.

고작 30년 전에 10만 년 동안 지속될 빙하기가 온다고 법석을 떨던 사람들이 갑자기 지구가 더워져서 인류가 멸망할지도 모른다고 떠들어댄다면 그 말에 믿음을 갖기는 쉽지 않다.

환경을 보호하자는 운동에 반대할 마음은 전혀 없다. 엘 고어가 지구온난화 문제는 자신에게 ‘영적인 문제’라고 했다고 해서 그가 편협한 마음을 가졌다거나 맹목적인 사람이라고 가볍게 비판할 생각도 없다. 그러나 만일 어떤 목적을 위해서 객관적인 자료를 특정한 방향으로 읽어내려고 하거나 실제로 발생하는 현상과 일치하지 않는 이론을 밀어붙이려는 시도가 있다면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행동은 옳지 못할 뿐만 아니라 애초에 순수한 의도로 시작된 일, 예를 들면 환경보호운동에도 치명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황우석 사건이 처음 논란이 되었을 때 ‘국익’이라는 단어가 사람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렸다. 줄기세포 연구라는 엄밀한 과학의 영역에 도대체 국가의 경제적 이익이 어떻게 관련이 있다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지만, 만일 특정한 목적을 위해서는 실험을 조작하거나 논문에 허위 내용을 써도 좋다는 의미라면 잘못된 생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목적이 사실을 앞지른 ‘황우석 사건’

한 국가의 이익이 아니라 인류 전체의 생존이라는 거창한 명제라고 하더라도 객관적이어야 할 과학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머릿속에 일정한 결과를 바라는 생각이 자리를 잡고 있으면 진리를 탐구하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해진다. 과학이 명분과 선입견에 휘둘리게 되면 결국 우리는 온도계를 읽는 간단한 관찰마저 제대로 해내지 못하게 된다. 과학이 맹목적이 되는 것과 지구온난화 현상, 그 두 가지 중에 어떤 것이 인류의 생존에 더 위협적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연코 전자라고 생각한다.

금태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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