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이후 타살설, 유서 조작설에 이어 심지어 사저 도청설까지 일었다. 6월5일 수사가 종결되며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이 공개되자, 그 또한 조작됐다는 의혹이 기다렸다는 듯 제기됐다.
한 친구는 진심으로 분노하며 의혹이 추가될 때마다 ‘브리핑’해주었다. 도청설이 제기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이야기를 들어봤는지 묻는 내게 그는 “도청은 확실히 된 거고…” 하며 타살에 관해 또 하나 추가된 의혹을 설명해주었다. 모든 의혹을 ‘설’로 단정할 때 가능한 뻔한 진단들이 있다. 너무 소중한 대상을 상실했을 때, 현실을 거부하는 행동기제라거나, 단편 정보를 과잉 해석하면서 발생하는 오류라는 얘기다.
소문만 무성한 모든 무덤들의 출처가 그렇듯, 솔직히 솔깃하다. 무엇보다 이 정부에선 민주주의 국가로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가로서, 법과 원칙을 가장 중시한다는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국가로서, 가능할 리 없는 수많은 일들이 눈만 뜨면 발딱거린다. 도대체 무슨 거대한 ‘음모’가 있지 않고서야, 경찰이 6·10 문화제에 참석한 시민의 뒤통수를 방패로 후려쳐 2~3m를 날려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고, 시국선언이 무장 밀려와도 어느 외딴섬에서나 있는 일처럼 ‘그들만의 소란’으로 폄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국민들은 듣지 못해 미쳐버리는 것이다. CCTV 시간은 왜 지워졌어요? 왜 골절 입은 분을 둘러업은 건가요? 아니, 서거 속보를 전하는 1등 신문에 “노 전 대통령 산행 당시 권양숙 여사가 동행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단독 확인해준 정보기관 고위 관계자는 누구란 말입니까? 집안 사정까지 들여다보는 건 ‘고위’인가요, ‘고의’인가요? 묻고 또 묻고, 침이 마를 때도 또 묻는 것이다.
이란 책의 온라인 서평을 보니 “거대한 음모론일 경우, 그것이 허위임을 입증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진실의 뉘앙스는 더욱 강력해진다”는 설명이 있다.
하지만 난 지금의 모든 ‘의혹’들을 그냥 ‘설’로 치부할 자신이 없다.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되 그렇다고 믿지도 않는다. 그래서 입에 올리지도 않는다. 알지 못한다는 데서 오는 군중의 무기력함을 숙주 삼아 자라는 게 음모론이라, 결국 본질은 사라지고 의혹만 남을 것도 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블로그에 쓰는 이유는, 그 의혹들을 이 다뤄야 하지 않냐는 주문들 때문이다. 의혹만을 다룰 순 없다. 언론은 의혹이 진실인지를 밝혀야지, 부작용이 우려되는데 의혹만 내세울 순 없다. 지금 정부에선 정보공개 청구도 진심으로 어렵다, 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늘 그래왔듯, 가 혹 ‘의혹’을 제기했다면 검찰과 정부가 바로 팔을 걷어붙였을지는 모르겠다. 이건 내가 제기하는 음모다. 누군가 “그건 참 찌질한 콤플렉스다”라 한다면, 그건 그분의 음모가 되겠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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