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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글부글] 맹구와 경찰

등록 2009-06-09 10:43 수정 2020-05-03 04:25
주상용 서울경찰청장. 사진 한겨레 박종식 기자

주상용 서울경찰청장. 사진 한겨레 박종식 기자

봉숭아학당의 맹구는 실수를 하면 이렇게 말한다. “오, 마이 미스터리~!” 개성 강한 아이들을 가르치느라 인내심만큼은 세계 챔피언 수준인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미스터리가 아니고, 미스테이크!” 5월의 마지막 날, 주상용 서울경찰청장은 “오, 마이 미스테이크!”를 외쳤다.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 다음날 새벽, 시민분향소를 기습 철거한 것은 일부 의경들이 작전 구역을 벗어나서 행한 실수라는 것. 이에 ‘단순 실수’일 리 없다는 증거들이 쏟아졌다. 분향소 철거 직후 현장 지휘관이 서울경찰청 기동본부장에게 “철거했습니다”라고 보고하는 무전 내용도 공개됐다. 6월5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진행된 인권영화제도 경찰의 ‘실수’에 막혔다. 아침 6시 인권영화제 무대 설치 작업을 전·의경 200여 명, 전경차 13대가 막아섰다. 경찰은 오전 9시께 “인권영화제가 허가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며 “실수”라고 말한 뒤 차벽을 치웠다. 그러고도 슬그머니 전경차 8대는 남겨뒀다. ‘미스테이크’가 아닌 걸 ‘미스테이크’라고 외친 경찰의 속내는 ‘오, 마이 미스터리~!’다. 아무리 맹구라도 이쯤 되면, 선생님께서 이렇게 외칠 거다. “나가!”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에요!” 최진실은 예뻤다. 뭘 파는 광고였는지는 잊어도 당시 최진실의 모습은 잊지 못한다. 이 ‘삼성VTR’ 광고로 인기를 모았던 최진실은 이후에도 많은 광고로 대중과 만났다. 대중의 뇌리엔 웃으며 제품을 권하던 최진실의 모습이 남아 있다. 최근 한 광고주가 고 최진실씨를 다시 불렀다. 법정에서다. 최근 대법원은 아파트 건설사인 ㅅ사가 최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광고주의 손을 들어줬다. 아파트 광고모델로서 남편에게 폭행을 당한 모습을 언론에 공개한 것은 ‘품위유지 약정’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최씨는 계약 기간 동안 광고모델로 활동할 수 있는 건강 상태와 용모를 유지하고 긍정적 이미지를 적극 유지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숨진 최씨의 아들(8)과 딸(6)이 엄마를 대신해 소송 당사자가 됐다. 누추한 사람살이에 ‘품위’를 지키라는 자본과 권력의 외침은 냉정하다. 기업과 법원은 ‘품위’있게 근엄한 얼굴로 죽은 사람에게 돈을 내놓으라 한다. 품위도 품위 나름이다.

“여기 이제 막이 올랐어 오직 승리 뿐/ 누구도 막을 수 없어 모두 다 덤벼/… 망설임은 없어 오직 승리를 위해/ 달려가야 해 그날까지/ 어려움도 내겐 없어 어둠의 그림자 맞서리/ 싸워라 그날까지 영웅의 이름으로.” 2002년 한국방송이 방영한 만화 의 주제가다. 만화에는 주민 전원이 마스크를 쓴 듯한 얼굴을 한 이동형 행성 마스크별이 등장한다. 신종플루가 창궐하면서 일본 전역은 ‘마스크별’처럼 변했다. 한데 6월5일까지 46명의 신종플루 환자가 발생한 한국에선 좀처럼 마스크맨을 볼 수 없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을 전후해 서울시청 앞에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모였는데도 마스크를 쓴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혹시 정부의 ‘마스크 금지법’이 법안 단계에서부터 효력을 발휘한 것이 아닐까. 그러고 보니 영결식 다음날 연행된 72명 가운데 김아무개(49)씨가 ‘여러 번 마스크를 쓰고 집회에 참석했다’는 이유 등으로 구속됐다. 신종플루와 ‘마스크 금지’ 사이, 시민들이 고생이 많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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