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언론 자유를 규제하는 법안을 밀어붙인다. 한국에선 이것을 ‘날치기’라 부른다.”(최현정 아나운서)
“13억 중국인들이여,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전화로 항의해달라.”(방현주 아나운서)
문화방송 노조가 언론법 개정에 반대하는 파업을 벌이면서 총파업의 정당성을 알리려고 만든 4분짜리 ‘글로벌 호소 동영상’이 화제다. 최현정·방현주·하지은 아나운서와 권희진 기자, 이동희 PD 등 5명의 조합원들은 각각 영어·프랑스어·중국어 등으로 세계인을 향해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영상의 백미는 촌철살인의 풍자와 조롱이다. 하 아나운서는 최근 국회에서 ‘겐세이’(견제)라는 일본말을 사용한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을 보여주며 “우리가 한나라당에 듣고 싶은 말은 ‘겐세이’가 아니라 ‘스미마센’(미안합니다)”이라고 비꼬았다. 방 아나운서는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허튼 짓 하지 말라”고 한나라당에 경고했다.
영상이 주목받은 이유는 또 있다. 문화방송 노조는 파업의 정당성을 확산하는 수단으로 오프라인 대신 온라인을 적극 활용했다. 이른바 ‘디지털 파업’이다. 집회와 시위, 깃발과 구호 대신 블로그와 사용자제작콘텐츠(UCC)를 활용한 ‘디지털 선전물’이 인터넷을 떠돌았다. 디지털 시대에 발맞춘 문화방송 노조의 상상력의 결과물이었다. 누리꾼들은 선전물을 국내 포털 사이트는 물론 유튜브 등에 퍼나르며 노조의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줬다. 누리꾼들은 문화방송 조합원들의 호소문 아래 “마봉춘 화이팅”(백*), “멋지다, 캐공감”(일*미) 등의 댓글을 남기며 응원했다.
그러나 동영상 내용을 놓고 비판도 거셌다. 방송법 개정을 놓고 문화방송과 날선 대립을 벌였던 등 보수 신문이 사설과 기사로 동영상을 비판하자 일부 누리꾼들이 가세하는 형국이었다. 는 3월3일치 사설에서 “세계인을 상대로 동영상을 내보낸 것은 조국 대한민국 얼굴에 침을 뱉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음 아고라 ‘프리**히’는 “동영상 때문에 깎일 국가 이미지를 생각하면 손발이 오그라든다”고 비판했고, ‘do**ille’은 “MBC 노조의 자살골”이라고 말했다. 반면 ‘멀티****’는 “방송법 개정에 항의하지 않았다면 그것이 오히려 국제적 망신”이라며 “우리도 이탈리아처럼 ‘정언유착’ 국가가 되길 바라는가”라고 반박했다.
허재현 기자 한겨레 방송콘텐츠센터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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