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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스타2.0] 명박도

등록 2009-02-10 11:41 수정 2020-05-03 04:25

“‘명박도’에는 두 개의 봉우리 ‘줄파산’과 ‘줄도산’이 있고, ‘주가 3천’의 내가 흐른다. 명박도는 식수로 ‘어청수’와 ‘한승수’를 사용하는데 사람들은 주로 어청수를 먹는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대폿집으로는 ‘물대포’가 가장 유명하다. 명박도에는 ‘유인촌’이라는 마을이 있는데, 특산물인 ‘찍지마’는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전설의 섬 명박도를 아십니까?

전설의 섬 명박도를 아십니까?

신비의 섬, ‘명박도’를 아시는가? 누리꾼 ‘MP4/13’이 자신의 블로그(blanc.kr/1157)에 올린 명박도 이야기가 인터넷에서 화제다. 지난 1월28일 공개된 이 글은 이명박 정부와 관련한 인물과 사건을 재료 삼은 촌철살인·언중유골의 풍자로 가득하다. 누리꾼들은 “전설의 섬 ‘좆도’ 이후 최고의 발견”(‘니*무라’)이라며 그의 블로그에 ‘성지순례’를 한 뒤 댓글을 남기고 있다.

명박도가 화제가 되자 몇몇 누리꾼들은 명박도 탐험(?)에 직접 나서고 있다. 한 포털 사이트에는 ‘명박도가 어디에 있나요?’라는 질문에 “‘독재고개’(실제 지명) 인근의 한 노인장이 알고 있다”(‘막**그’)는 글이 올라왔다. 명박도에 다녀왔다고 주장하는 누리꾼들은 봉우리 두 개를 정확히 갖춘 ‘명박도 인증 샷’을 올렸고, 어떤 이들은 명박도에서 새롭게 만난 인물과 풍경에 대한 ‘명박도 견문록’을 풀어놓고 있다.

“아무런 가치가 없어 쓰이지 않는 돈 ‘나경원’이 있더군요.”(‘풀*리’) “명박도에서 인기리에 재배되고 있는 특산물은 ‘친일파’와 ‘경제한파’더라고요.”(‘ku*’) “명박도는 너무 어두워 반드시 뉴라이트를 들고 가야 구경 가능합니다.”(‘동닙*’)

견문록에 실린 증언들을 바탕으로 ‘MP4/13’은 지난 2월2일 ‘명박도 2차 개정판’을 냈다. 평범한 블로거였던 그는 최근 자신이 올린 글이 화제가 되자 “당황스럽다”면서도 “짜증나는 시대에 웃어보자고 남긴 글인데 이 정도까지 화제가 될 줄은 몰랐다”고 밝혔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때로는 분노보다 웃음이 더 큰 힘을 발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글쓴이가 ‘미네르바’처럼 붙잡혀가는 것은 아닌지”(‘as*f’)라며 벌써 그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다. 인터넷에 쓴 글이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걱정에 대해 ‘MP4/13’은 가볍게 일축했다. “개그는 개그일 뿐 따라 하지 말자!”

허재현 기자 한겨레 방송콘텐츠센터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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