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휘 기자와 고 조계창(오른쪽) 연합뉴스 기자
형 기억나? 1991년 4월26일 말이야. 그러고 보니 벌써 17년 전 일이네. 대학 영자신문사 1학년인 내 손을 1년 선배인 형이 잡아끌었지. 카메라와 취재수첩을 든 채…. 함께 간 곳은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이었어. 전경의 쇠파이프에 맞아 숨진 명지대생 강경대의 빈소를 최루탄 내음 속에 전대협 사수대가 지키고 있었잖아. 하긴, 옥중에서 숨진 노조위원장의 주검을 탈취하려 경찰이 병원 영안실 벽에 구멍을 내던 어이없는 시대였으니까. 형은 그때도 참 부지런하고 총명한 기자였지.
그해 여름 학교 앞 분식집에 둘이 앉아 팥빙수 한 그릇 원샷 대결했던 일이 기억나. 내 제안이었고, 내가 이겼지. 얼음 가루를 위장에 쓸어담자마자 심장이 갑자기 벌렁거려서 하마터면 죽는 줄 알았어. 지금도 생생해. 참 웃겼어, 그치? 넘치는 내 객기를 그래도 형은 많이 받아줬던 것 같아. 후후.
계창이 형 기억나? 언젠가 내게 “너는 내 지적인 동반자야”라고 했던 말. 사람이 사람을 규정한다는 건 무서운 일이야. 그때 그 말이 여전히 내 뇌 일부를 장악하고 있는 걸 보면. 형이 편집국장을 마치던 92년 무더운 여름, MT날 밤 형은 내 롤링페이퍼에 이렇게 썼어. “강물이 바다에서 만나듯, 우리도 후일 바다에서 보자꾸나.” 하지만 내가 4학년이 됐을 때 우린 정서적 이별을 하면서 연락이 끊겼지. 함께 언론사 공부하자던 형의 제안을 뿌리치고 당구장을 싸돌아다니던 내 탓이야. 그때 많이 실망했지? 그리고 몇 년 뒤 나는 , 형은 기자가 됐어. 난 바다에서 만난 우리가 멀리서나마 동반자이자 경쟁자라고 생각해왔어.
언젠간 흉금을 털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러고 싶었는데…. 12월2일 중국 선양 특파원이던 조계창 기자가 취재 도중 사고로 숨졌다는 소식을 들었어. 그날 밤 집에서 소주 1병 반을 마시는데 한 잔만큼의 눈물이 흐르더라. 두 아들 놓고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겠지만, 너무 슬퍼하지는 마. 주변 사람들이 형은 “발로 뛰는 기자”였대. 기자에겐 더없는 상찬이잖아?
우리 사이 흉금 털 날도 언젠간 올 거야. 잘 가라, 동반자여.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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