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복지는 경제성장을 통해 이뤄질 수 있고, 복지정책은 ‘시장친화형’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정부 출범 이후 ‘능동적 복지’라는 묘한 구호 아래 기초생활보장 예산, 장애인 수당, 지역사회 서비스 예산 등은 삭감됐고, 국민건강보험의 민영화나 사회복지 서비스의 시장화 정책은 발동을 걸고 있다.
지난 10월17일이 유엔이 정한 ‘세계 빈곤 철폐의 날’이었지만 이날의 취지에 호응하는 정부 차원의 활동은 보이지 않는다. 현재 정부가 정한 최저생계비는 50만원을 미치지 못한다. ‘차상위계층’이라는 암호 같은 이름으로 분류되는 빈곤계층은 기초생활보장도 받지 못하고 있다. 빈곤계층이 국민연금 보험료를 체납해 생존을 위한 기본 재산도 압류되는 일이 빈발하고, 요금 미납으로 전기·수도·가스가 끊긴다. 공공임대주택 임대료 미납과 고율의 과태로 미납으로 인한 강제 퇴거 조처도 여지없이 이뤄진다. ‘능동적 복지’ 운운하기 전에 서울역 인근 ‘쪽방촌’을 방문하길 권한다.
한편 고용보험의 적용 대상이 되지 않는 사업장이 광범하며, 실업급여 기간도 매우 짧아 재취업하지 못한 다수의 구직자들은 아무런 생활보장 없이 내팽개쳐져 있다. 무면허 소규모 공사에 종사하는 노동자나 특수형태 노동자 등 산업재해의 위험에 더 많이 노출돼 있는 노동자에게는 오히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산업재해를 입은 노동자는 사업주의 확인을 받아 요양 신청을 할 수 있기에 노동자의 뜻에 반해 이 신청이 포기되는 경우가 많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애초에 산재보험이나 고용보험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서구의 ‘복지국가’는 현재 한국의 경제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경제력을 기반으로 이뤄졌다. 거세게 밀어닥친 ‘신자유주의’의 파고로 ‘복지국가’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음은 사실이지만, 한국의 복지 수준은 ‘신자유주의’ 득세 이후의 ‘복지국가’ 수준 저 밑에 놓여 있다.
조국 한겨레21인권위원·서울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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