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식당엔 휠체어 안 돼요. 바닥이 지저분해진다고요!”
“그럼 딴 사람들은 신발 벗고 식당에 들어갑니까? 신발과 휠체어가 뭐가 다르죠?”
“신발이랑 휠체어는 그러니까….”
지난 10월10일 제주도에서 장애인 자립재활센터를 이용하는 중증장애인들을 위해 마련한 인권교육 현장. 목청 높여 싸우는 식당 주인 역할을 하던 이가 휠체어와 신발의 차이를 설명하려다 말문이 막힌다. 역할극을 보고 있던 참여자들은 와르르 웃으며 손뼉을 치고, 한쪽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한다고 해요!”라는 훈수가 터져나왔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의 출입을 막는 식당 앞에서 어떻게 대차게 ‘싸울’까? ‘바쁜 점심시간에 식당에서 밥 먹기’는 싸우지 않고도 누릴 수 있어야 하건만, 웬만큼 싸워서는 맛보기 어려운 권리다. 차별이 공기처럼 둘러싸인 장애인에게, 권리를 주장하는 장애인에게 이런 일은 일상다반사! 마트에서 장을 보고, 은행에서 통장을 만들며,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 상대방의 말·눈빛·태도에서 묻어나는 차별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렵다. 차별 사례를 역할극으로 구성해 ‘대처 방법’을 고민하던 참여자들은 곧 싸울 수 있는 권리의 주체인 자신을 확인하게 된다. 이어서 “우리가 직접 말해야 하고 나서야 한다니까요!”라고 분노하는 어떤 장애인 참여자의 ‘선동’으로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공무원은 교육 안 받나요?”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뿐 아니라 침묵과 말없는 눈물도 참여자에게 또 다른 울림이 됐다. 자유롭게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권리, 비밀을 가질 수 있는 권리, 건강할 권리 등 다양한 권리 중 하나를 누군가에게 주는 ‘권리 선물하기’ 시간. “저는… 그러니까, 저한테 선물을 주고 싶은데… 아, 왜 이러지….”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길게 흐느끼는 한 참여자의 눈물은 장애인으로 살아온 삶의 모습이었다. 조용히 주목하던 다른 참여자들의 무언의 공감과 박수는 또 다른 선물이 되지 않았을까.
5시간의 긴 교육 끝에 한 참여자가 질문을 던졌다. “인권교육, 공무원은 안 받나요? 우리만 알고 끝나면 차별이 없어지지 않는데. 인권에 대해서 그 사람들도 꼭 알아야 한다고요.” 질문이라기보다는 할 말 많은 이들의 질타였으리라. 참여자들은 인권교육 이후에 진행할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앞의 질문에 답할 주인공을 벌써 발견한 듯했다.
고은채 인권교육센터 ‘들’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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