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혈귀 경제
뱀파이어 이코노미(vampire economy). 주로 경제계에서 쓰이는 용어. 굳이 번역하자면 ‘흡혈귀 경제’가 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냥 뱀파이어 이코노미로 쓰는 편이 말맛이 사는 느낌이랄까.
뱀파이어 이코노미란 정상적인 생산활동이나 노동을 통해 자본을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경제주체에 기생하며 이들의 피를 빨아 연명하는 경제구조, 혹은 그러한 경제주체의 행위를 가리킨다. 뱀파이어 이코노미는 다양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다. 예컨대 지난 2004년 박태견 당시 편집국장은 한국 부동산 시장을 빗대 “전 국민의 절반에 달하는 무주택 국민과, 열심히 일하고 저축해 조금 집을 넓혀가려는 시민들에게 건설업계와 건설족이 행한 지난 몇 년간 행위야말로 ‘뱀파이어의 흡혈 행위’”라고 말했다.
장진호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뱀파이어 이코노미’는 사실 미국의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등 보수·우파가 먼저 정부를 공격하기 위해 썼다. 하지만 최근 금융화된 신자유주의적 경제질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진보 진영에서 빈번히 활용하고 있다. 장 선임연구원은 “전자의 경우라면 뱀파이어가 정부나 국가가 되는 반면, 후자에서는 금융화한 극소수 상류층이 그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의 리먼브러더스 사태도 본질적으로 뱀파이어 이코노미 구조에서 빚어졌다. 이른바 고도 금융기법으로 부를 축적했던 사람들은 극소수인데, 피해는 전세계다. 특히 이 회사의 리처드 폴드 회장은 회사는 파산 지경으로 몰아넣었으면서도 자신은 지난 2000년부터 2007년 사이 무려 3억5천만달러의 급료와 보너스를 받아챙겼다. 이런 사람들이 뱀파이어의 전형이다. 그런가 하면 사태를 방치하다시피 해놓고, 문제가 터지자 부랴부랴 7천억달러 구제금융안 통과를 요구한 부시 미 대통령도, 미안하지만 뱀파이어다.
최근 환율 폭등에 ‘경기’를 일으킨 정부와 한나라당은 전 국민적 ‘달러 모으기’를 제안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 바쁜 국민들의 장롱 속에 얼마나 많은 달러가 감춰져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달러라곤 ‘행운의 2달러’ 지폐 한 장밖에 없는 나조차 불현듯 목에 빨대가 꽂히는 느낌이다. 끄윽.
최성진 기자 http://blog.hani.co.kr/apple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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