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작도>
=그러면 ‘바둑이’로 불리는 강아지 심정은 어떻겠습니까. 그리고 마음이 상한다면 고양이보다는 나비 쪽이겠죠. 나방이라고 부르는 것도 아니고 나비라고 하는데 기분 나쁠 리가 있나요. 누가 송은님에게 곤충 가운데 하나를 별명으로 선택하라면 뭘 고르시겠습니까. 똥파리, 모기, 하루살이, 나방, 말벌 따위로 불리기를 바라십니까. 또 생각해보세요. ‘나비축제’는 있지만 ‘나방축제’는 없잖아요. ‘나비부인’은 우아하게 들리지만 ‘모기부인’, 이런 건 이상하잖아요. 이래저래 나비가 낫죠. 아마 고양이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여기까지는 제 생각이었는데요, 제 주변에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와 인터넷 메신저로 질문을 한 번씩 돌려본 결과, “고양이가 나비처럼 사뿐사뿐 걷기 때문”이라거나 “고양이 면상을 뚫어지게 쳐다보면 나비가 보일 것”이라는 둥 별로 도움이 안 되는 답변만 돌아오는군요. 심지어 “고양이가 나비로부터 진화했다”는 주장을 펼치는 자도 있었습니다.(죽일 놈!)
네이버를 검색해보니까 한 누리꾼은 고려 공민왕 때 중국에서 건너온 아라비아 상인들이 공민왕에게 랍비의 수호물이라며 페르시아 고양이를 바치자 공민왕이 “랍비야 랍비야” 하며 귀여워했던 것이 그 유래라고 하는데, 이 역시 상상력의 소산으로 보입니다. 아라비아 상인이라는데, 유대교의 율법학자인 랍비라뇨.ㅡ.ㅜ
제가 왜 계속 이런 소리를 하고 있냐면, 이 문제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 없기 때문입니다. 학계에서도 이에 대해 그럴듯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한글 어문규정이나 어원사전, 국어대사전 등을 찾아봐도 별다른 설명이 없고요.
참고로 원숭이를 잔나비로 부르는 이유는 어느 정도 밝혀졌습니다. 홍윤표 전 연세대 국문과 교수에 따르면, 잔나비는 ‘동작이 날쌔고 빠르다’를 의미하는 우리말 ‘재다’의 관형사형 ‘잰’과 원숭이를 뜻하는 ‘납’(猿)이 조합된 형태라고 합니다. 원숭이를 뜻하는 한자 ‘원’(猿)의 새김도 ‘납 원’이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1446년 완성된 훈민정음 해례를 보면 ‘납 爲猿’(납이란 원숭이를 일컫는다)이라는 기록이 나옵니다. 그러니까 ‘잰납’에 명사 파생 접미사 ‘-이’가 결합돼 ‘잰납이’가 됐고, 이것이 다시 ‘잔나비’로 변했다는 것이죠. 문제는 원숭이의 고유어인 ‘납’의 어원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다시 막힌다는 겁니다. 이 역시 아직 밝혀지지 않았거든요.
명쾌한 답변을 드리지 못해 죄송한데요, 고양이를 ‘나비야’로 부르는 게 영 못마땅하시다면 그냥 ‘야옹아’라고 부르시면 어떨까요.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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