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일본 초절정 인기배우 기무다쿠(기무라 다쿠야)가 1년 만에 왕림한 드라마는 2분기 게쓰쿠(월요일 9시 드라마) 다. 기무다쿠가 맡은 역 아사쿠라 게이타는 이번에는 무려 ‘총리’다. 시작할 때만 해도 그는 시골 나가노의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다. 어쨌든 잘나가는 집안이긴 했다. 아버지는 국회의원. 그런데 그 아버지가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으려던 형님과 함께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고 만다. 몇 개월 남지 않은 임기를 채우기 위해 지역에서 보선이 이루어진다. 집권 실세인 정우당의 국회의원 간바야시의 비서인 미야마는 나가노로 내려가 사정을 살핀다. 교실은 난장판, 학생들은 선생님의 수업 중 방해를 취미로 삼았다. 하지만 미야마의 매같이 무서운 눈은 ‘뽀글이’(파마를 해서 붙은 별명) 속에 감춰진 그의 ‘미모’를 알아차리고는 “여심을 중심으로 표를 모으면 된다”는 계략을 일사천리로 세운다. 상대방에게 시종 뒤지던 선거는 (말도 안 되는) 거짓말 같은 역전승을 기록한다. 18년 전 아버지의 비리를 들춘 상대방의 공격이 자승자박이었던 것. “아버지의 비리가 사실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는 처지다. 이제야말로 이 선거에 나와서 잘됐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분에게 고개 숙여 사죄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는 게이타의 마지막 연설은 유권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정치판에 들어선 뒤에는 그의 미모가 극적인 효력을 발휘해 기자들이 모여들어 “이상적인 여성상은?” 등의 질문을 던져댄다. 이런 분위기에서 총리가 성추문으로 사퇴하자, ‘계략가’ 간바야시는 당 권력자들에게 충격적인 제안을 한다. 게이타를 총리로 밀자는 것. 간선으로 이루어진 선거에서 게이타는 당의 수장으로 떠오르고 내각 총리까지 맡게 된다.
정치 초짜는 입법·행정·사법이 나뉘어진 것 외에는 위원회 구성도 예산안 결정 일정도 알지 못한다. 그리고 정치권의 ‘예산안 나눠먹기’도, 사전 조율도, 편가르기도, 권력의 맛도 알지 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국민은 이 ‘무지’ 때문에 그에 대한 지지를 거두지 않는다(얼굴 잘생긴 것도 큰 몫을 하긴 하겠지만). 10% 이하이던 내각 지지율은 80% 선에서 내려오지 않는다.
드라마는 너무 드라마틱하다. 그와 ‘밀실 협상’을 나눈 사람은 누구든 “내가 의원에 처음 출마할 때의 초심을 떠올리게 한다”고 감동의 찬사를 보내며 그에게 지지를 약속하는 닭살스런 스토리라인은 어리둥절할 정도다.
드라마를 보고 코멘트를 남긴 한국 블로거들이 이 닭살스런 스토리라인을 탓하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 거의 모든 블로거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에게도 저런 대통령이 있었으면….” 대한민국 대통령의 지지도가 1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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