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10조원.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최중경 차관이 최소 100억달러(약 10조원)의 외환보유액을 최근 풀었다고 하신다. 외화보유액이 거덜난 탓에 온 게 IMF 사태였다. 그러나 과거는 잊어버리자. 그저 두 분은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정책을 위해 고환율(원화 약세) 정책을 고수해온 것뿐이다. 환율이 높아야 대기업들이 싼 가격으로 물건을 수출해 돈을 많이 번다. 대기업들은 수출로 벌어들인 돈으로 투자를 하면 7%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정책을 충실히 따랐을 뿐이다. 그런데 유가가 미친 소처럼 뛰고 국제 원자재 가격도 촛불처럼 불붙자, 슬그머니 고환율 정책을 접으신 것뿐이다. 두 분은 뒤늦게 환율을 잡겠다고 한국은행 딜링룸을 통해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들여 환율을 떨어뜨리려 한 것 밖에 없다. 그렇게 100억달러를 풀자 환투기꾼들이 환차익을 ‘꿀꺽’하시었다. 고환율 때문에 유가와 밀가루 값이 올라 힘겨웠던 서민들한테 돌아온 것은 없다. 그렇다고 두 분에게 〈PD수첩〉처럼 사법적 잣대를 갖다 들이대면 안 된다. 〈PD수첩〉은 정권의 정책을 비판한 불경죄를 지었지만, 정권의 정책적 판단은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는 그렇게 법원에서 무죄를 받았다.
70원. 버스 요금이 70원이라고 말하신 분이 계셨다. 귀공자처럼 잘생긴 이 분은 7월3일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서 2위에 오른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이시다. 정 의원은 공성진 의원이 “버스값이 얼마인 줄 아느냐”고 묻자 “70원”이라고 하셔서 서민들을 안타깝게 만드셨다. 물론 그 질문을 한 공 의원도 쌀 한 가마, 연탄 한 장 값이 얼마인지 모를 것이다. 울분을 삼키던 정 의원은 전당대회 정견 발표에서 ‘짠’하고 버스요금 카드인 ‘T머니’를 꺼내들었다. “마을버스를 700원에 탄 기억이 있는데 입으로는 어쩌다가 70원으로 나왔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하셨다. 하지만 정 의원이 꺼내든 노란색과 보라색 조합의 T머니 카드는 청소년용이었다.
신 3고. 물가와 환율, 금리가 브레이크 없이 치솟고 있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5%를 기록하며 9년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7월4일 원-달러 환율은 이틀 연속 급등하며 2년8개월 만에 달러당 1050원대에 진입했다. 4월 말 5.47%이던 은행채 금리는 6월 말 6.49%까지 치솟았다. 7월4일 서울 평균 경유값은 ℓ당 1961.04원으로, 지난주보다 7.92원 급등했다. 오르는 것만 있고 내리는 게 없다. 정부·여당은 원인을 ‘촛불집회’로 규정했다. 정부는 지금의 상황이 ‘제3의 오일쇼크’라며 국민에게 ‘고통 분담’을 요구하고, 한나라당도 동조해 경제를 위협하는 ‘촛불’을 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에 횃불을 높이 들자고 호소한다. 그러는 사이 내리는 것도 나왔다. 7월4일 코스피는 석 달여 만에 1600선이 무너진 1577.94로 마감했다. 이건 촛불 때문일까? 아니면 횃불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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