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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넌센스] 아고리안, 갑제리안 그리고 1만5천명 그 카페

등록 2008-06-20 00:00 수정 2020-05-03 04:25

▣ 최성진 기자csj@hani.co.kr

‘아고리안’은 다음 아고라에 모이고 ‘갑제리안’은 조갑제닷컴에 모인다. 아고리안이 청계광장에 모여 있을 때 LPG 가스통을 짊어진 갑제리안은 문화방송으로 몰려갔다. 문화방송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잘못된 보도로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LPG 가스통을 열어놓은 채 “〈PD수첩〉 박살내자”를 외치는 이들을 가리켜 일부 언론은 ‘보수단체 회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건 말도 안 된다. 가스통 틀어놓고 미국산 내장 소시지 좀 구워먹었다고 보수주의자라고 부르면 그건 가뜩이나 불편한 이명박 대통령의 심기를 어지럽힐 일이다. 그렇다. 그들은 분명 반정부 세력이다. 대통령께서 청와대 전기세까지 아끼라고 잔소리하신 지 언제인데, 요즘 같은 고유가 시대에 어떻게 일없이 가스통을 열 수가 있나. 대통령 입에서 “가스통은 무슨 돈으로 샀나”라는 이야기가 나오기 전에 어청수 경찰청장은 속히 물대포를 쏘는 편이 출세를 위해 좋을 듯하다. 지금까지 잘해온 것처럼.

미국산 쇠고기 파동과 문화방송 은 숱한 스타를 낳았다. 1위는 임헌조 열사다. 그는 과의 인터뷰에서 청년 시절, “젊은 예수가 되고자 했다”고 고백했다. 인터뷰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마치 링 위에 오른 복서의 다리가 느닷없이 풀리듯, 인터뷰어는 순한 목자가 된 것이다. 이어 인기 급상승 중인 스타는 ‘서강대녀’다. 문화방송 에 출연한 그녀는 손석희 교수가 애타게 그만하라는 눈짓을 하는데도 “1만5천 명이 가입돼 있는 우리 카페에 와보라”며 카페 홍보에 열을 올렸다. 비‘경영학도의 입장에서 볼 때’ 그녀는 아직 어리다. 악플로 꾸짖기보다 이 사회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에 대해 생각보다 따뜻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3위는 음, 고민이다. 광우병 쇠고기에 대해 “삶아먹으면 괜찮은 것 아닙니까”라는 어록을 남긴 고양시 최 선생님이 유력했지만, 곤란한 질문에 대해서는 “아유, 안 들리는데요”라며 회피 신공을 보여주신 박창규 회장님도 만만치 않다.

“오빠, 알았지~잉.” 박미석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비서관이 부인하고 나선 말이다. 사건은 6월 초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와 가진 인터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 의원은 “한 고위 공직자가 하도 졸라서 나가보니 ‘오빠, 나 이번에 안 시켜주면 울어버릴 거야~잉. 알았지~잉’이라며 일종의 인사 청탁을 했다”고 주장했다. 사태가 커지자 ‘한 고위 공직자’로 지목된 박 전 수석이 스스로 해명 자료를 냈다. 동료 교수와 제자들도 오해하는 탓에, 사태가 계속될 경우 강단에 서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덕분에 몰랐던 사실 두 가지를 알게 됐다. ‘한 고위 공직자’로 박 전 수석이 거론됐다는 것과 그녀가 ‘강단’에 있다는 것. 둘 다 놀라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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