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서민으로 살아가기. 힘들다.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오른다. 6월6일 통계청 자료를 보면, 학원비, 외식비, 아파트 관리비의 물가상승률은 52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월급쟁이는 받는 건 그대로인데 현기증 날 정도로 물가가 치솟아 한숨만 내쉰다. 자영업자들은 사람들이 지갑을 안 열어 속이 까맣게 타들어간다. 조류인플루엔자 초기 대응도 제대로 못해 닭고기 먹기도 불안하다. 광우병 공포로 쇠고기는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만만한 돼지고기만 찾다 보니 서민의 친구라는 삼겹살이 1인분에 1만원이란다. 못살겠다. 잘못된 정부 정책이 고스란히 서민들의 피해로 떠넘겨진다. 경제 대통령으로 뽑아줬는데 경제는 엉망이다. 촛불과 종이컵만 불티나게 팔린다. 얼마나 잘 팔렸으면 이명박 대통령이 “누가 초를 사줬는지 조사하라”고 지시했을까. 촛불가게 사장님한테 경영 노하우를 배우려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김밥과 생수 가게 사장님도 만나보시라.
누리꾼으로 살아가기. 이것도 힘들다. 지난 4월 한 독자한테 전자우편을 받았다. 쇠고기 문제에 관한 장문의 글을 보낸 이 독자가 포털 사이트 댓글에 ‘30개월’이 금칙어로 설정돼 있다는 제보를 해왔다. 다음날 댓글에 ‘30개월’을 써 보니 쓸 수 있었다. 당시엔 그 독자가 잠깐 착각을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곰곰이 되짚어보니 그 독자의 말이 맞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네이버에선 촛불 중계 사이트 ‘아프리카’가 한때 금칙어가 되고, 다음에는 ‘쥐새끼’가 금칙어가 됐다. 왜 쥐새끼가 금칙어가 됐는지 모르겠다면 촛불집회에 나가보시라. 누리꾼들이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말할 수 없는 온라인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다행히 이런 금칙어가 없는 은 사이트 방문자와 자발적 정기구독자가 늘어나고 있다!
잔머리 굴리지 않고 살아가기. 더더욱 힘들다. 잔머리를 굴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주위에 너무 많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누가 “나는 이명박 대통령이 되는 것을 절실히 바란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을 했다. 정동영? 이회창? 노무현? 다 아니다.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이다. 6월3일 서울 무교동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보수단체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다. 대선 당시 전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을 ‘시대정신’ ‘불사조’라고 치켜세운 인물이다. 즉각 박사모가 발끈했다. 정광용 박사모 대표는 6월5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에서 탈출하려고 기를 쓰는 생쥐 한 마리를 보는 것 같다”고 맹비난을 쏟아부었다. 그러자 전 의원은 태도를 또 바꿨다.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MB는 타이타닉호 선장이 아니다. 대한민국호 선장”이라는 글을 올렸다. 촛불집회를 벌이고 있는 시민들 앞에서 그렇게 말해보라. 시민들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어투를 빌려 화답할 게다. “참 나쁜 사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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