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성진 기자csj@hani.co.kr
“연대 대학원 석사에 복지 분야 일을 하고 있어서 내가 결정했다. 그 사람이 하버드나 서울대 나왔으면 이렇게 학력이 문제제기 됐겠나.”
양정례 친박연대 비례대표 1번 당선인을 둘러싼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분통 터진 서청원 친박연대 대표가 4월16일 마이크를 잡고 학력 위조는 말도 안 된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런데 방향은 제대로 잡고서 정작 막판에 삑사리를 냈다. 거기서 하버드나 서울대가 나오는 건 좀 아니다. 고려대라면 모를까. 힌트는 김소남 한나라당 비례대표 7번 당선인이다. 호남 배려 차원에서 공천받았다고 하는데, 정작 호남 사람들은 그를 모른다. 심지어 당내에도 ‘누구?’라는 반응이 많다. 알고 보니 김 당선인은 2004년부터 고려대 경영대학원 교우회 회장을 지냈다. 그가 타고 온 낙하산은 ‘호남표’가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과 끈적끈적한 관계를 맺어온 ‘고대표’라는 사실. 어쨌거나 이것으로 ‘친박 연대, MB 고대’ 공식은 완성이다.
아파트 투표, 뉴타운 현상이 마치 전혀 새로운 현상인 것처럼 떠드는데 다들 사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는 데는 ‘머니’가 최고다. 그게 아니라면 지난해 경북 청도에서 돈선거로 그렇게 소동이 빚어졌는데도, 이번 18대 총선에서 어김없이 돈선거 파문이 빚어진 이유는 설명이 안 된다. 경북 경주에서도, 강원 태백·영월·평창·정선에서도 돈선거로 관계자들이 구속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게 바로 시대에 뒤떨어지는 ‘선불제’를 고집했기 때문이다. 이런 후보는 최신 유행에 둔감한 사람들이다. 요즘 대세는 ‘후불제’라는 거 아닌가. ‘돈 주면 표 줄게’가 아니라 ‘표 주면 돈 벌게 해준다’ 정도 되시겠다. 자기 찍으면 뉴타운 추진해서 목돈 벌게 해준다고 살살 꼬이는 것이다. 집 가진 사람이라면 슬슬 입질이 올 수밖에. 물론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 말처럼 가끔 ‘네다바이’(교묘하게 남을 속이는 짓)치는 후보도 있다. 엄정한 신용평가가 필요한 대목이라 하겠다. 앞으로 등장할 매표 트렌드도 충분히 점칠 수 있다. ‘당신 찍었음’을 증명하는 폰카 사진을 현금으로 맞바꾸는 행위는 ‘투표깡’이다. 이미 승세를 굳힌 후보에게는 헐값이라도 받고 표를 넘기는 수밖에 없다. ‘표 땡처리’다. 접전을 펼치는 후보에게 표를 대가로 금품을 뜯어낸 뒤 안 찍는 건 ‘표 탕치기’(선불금 받고 달아나기)다.
검찰은 숭례문에 불을 지른 채모씨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채씨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토지보상 문제를 빌미로 또다시 범행을 저지른다면 사법기관은 ‘천추의 한’을 남길 것이라는 게 검찰이 중형을 구형한 이유였다. 천추의 한! 옛날옛적 눅눅한 만화방에서 침 발라가며 읽던 무협지에나 등장하던 바로 그 천추의 한. 대개 주인공 칼에 맞아 피 흘리며 쓰러지는 악당이 숨 넘어가기 직전에 꼭 내뱉던 바로 그 천추의 한. 북한 의 간판 방송원 리춘히 ‘동무’가 맵짜게(옹골차게) 답새기는(공격하는) 말투에 실어 거론할 법한 바로 그 천추의 한. 뭐, 어쨌든 좋다. 자못 비장한 표정으로 ‘천추의 한’을 발음했을 검사의 얼굴을 떠올리면 빈정댈 일만은 아니다. 대신 조건이 있다. 앞으로는 제발 가진 것 없고 힘없는 사람 앞에서만 무협지 흉내내며 폼 잡을 게 아니라 이건희 회장 등 재벌 앞에서도 ‘맵짜게’ 구는 모습을 보여달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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