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종휘 기자symbio@hani.co.kr
이번엔 서울 관악경찰서 정보과 형사 3명이 사고를 쳤다. 서울대 대운하반대교수모임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종욱 교수를 찾아가 모임의 성향과 진로 등을 캐물었단다. 내심 한나라당이 총선을 앞두고 ‘대운하’라는 단어를 뻥끗도 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했던 걸까? 이번 사건이 내포하는 현실의 두 가지 모순은 경찰의 해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왜 갔냐”는 기자의 질문에 관악경찰서 정보과장의 답변은 “치안정보 수집하는 게 정보과 본연의 임무 아니냐”는 것. 국민이 줄곧 반대해도 기어코 추진하더니 대운하는 어느덧 대한민국의 치안 문제로 격상된 것이다. 대운하는 민생 사범? 총선이 지나면 한나라당이 도로 대운하 노래를 부를 텐데, 벌써부터 우리나라 치안이 걱정된다.
두 번째 모순. 이아무개 경위는 평소 알고 지내던 김 교수가 반대모임의 대표가 돼 인사차 갔다고 한다. 경찰관은 교수를 어떻게 알게 됐을까? 관악경찰서 정보과에서 서울대를 맡고 있는 형사는 8명 안팎이라고 한다. 그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일은 학생회나 대학본부, 연구소 등의 현안 파악이다. 경찰은 절대 ‘학원 사찰’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니까 ‘사찰’ 대신 대학 구내를 ‘시찰’하고 있다는 말. 그래도 육사 졸업생이 대통령이던 20여 년 전에는 서울대에만 20명 가까운 정보 형사가 상주했다고 하니, 그 때에 견주면 새 발의 피라고 봐줘야 하나? 갑자기 지난해 한 경찰 간부한테서 들은 말이 생각난다. “2003년 화물연대 파업이 더 이상 큰 사회문제로 되지 않은 데는 정보과 형사의 공로가 있다. 파업 노동자들과 업체 쪽을 부지런히 오가며 중재에 나서 더 이상 사태가 확대되는 걸 막았다. 하지만 그때 갈등의 주체들끼리 문제를 직접 해결하도록 내버려뒀어야 했다. 갈등을 서둘러 봉합하는 데 급급하다보니 이후에도 잔불이 남아 문제가 되더라.” 경찰의 오지랖이 너무 넓으면 탈난다는 말씀.
‘경찰이 새롭게 달라지겠습니다.’ 어청수 경찰청장이 부임한 뒤 바뀐 경찰청과 일선 경찰서의 현판 글귀다. 도대체 어떻게 달라지겠다는 건지는 어 청장 말고는 아무도 모른다. 차라리 이택순 경찰청장 시절의 ‘믿음직한 경찰, 안전한 나라’가 나은 듯하다. 신뢰와 안전이라는 메시지라도 담겨 있으니까. 다시 말해, 지금 현판은 개념이 희박하다는 것.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찰이 쥐고 있는 수사권을 나눠달라며 ‘수사권 조정’을 요구하는 선진 경찰이,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정보 형사 제도를 유지하는 그 개념이 뭔지도 알쏭달쏭하다. 그 인력을 돌려 수사력을 강화하는 데 쓰면, 경찰의 ‘말발’이 한층 설 것임은 분명한 터. 현판도 경찰도 개념을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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