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채씨는 포승줄에 묶인 채 숭례문에 도착했다. 허물어진 대문의 잔해를 마주 보고 선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에 눈이 부셨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는 자신의 토지 보상 문제가 원하는 대로 해결되지 않아 일을 저질렀다고 경찰에서 밝혔다. “임금이 국민을 버리는데…, 진정을 세 번이나 해도 안 됐다. 노무현 대통령의 책임이다.”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노무현의 책임이다. 불에 타 허물어진 숭례문도, “당신 같은 사람 때문에 숭례문에 불이 났다”는 말에 주먹을 휘두른 40대 남자도, 그 덕에 문화재 앞에서 날밤 새우며 컵라면 먹게 된 공익들의 변비도 노무현의 탓이다. 그리하여 ‘활빈단’이란 이름의 단체는 노 대통령의 고향 봉하마을에 지원하는 국비를 숭례문 복원에 사용하라며 기자회견을 열었고, 사고가 나면 무작정 우리를 의심하는 풍토는 사라져야 한다며 노숙자는 흥분했으며, 본사 압수수색이라는 치욕을 겪은 ‘KT텔레캅’ 관계자는 “우리도 억울하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그래서, 그리하여, 모든 것은 다 노무현의 탓일 것인데, 문득 엄습해오는 이 서글픔은 다시 누구의 탓이란 말이냐!
그의 이름은 서상복(47)이었다. 신문사 사회부 기자 가운데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간첩’이거나 ‘3년차 미만’의 초짜임이 틀림없다. 그의 ‘존함’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도난 문화재 회수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고수’로 이름난 강신태 문화재청 사법단속반장을 통해서였다. 백발이 성성한 강 반장은 지난 23년 동안 도굴꾼 170여 명에게 쇠고랑을 채웠고, 서씨야말로 우리나라 최고의 도굴꾼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철저한 현장 답사와 끈질긴 인내심, 감시용 레이저를 껌으로 무력화시키는 놀라운 기지로 해남 대흥사 유물전시관, 경북 영주 장말손 유물전시관, 서천 이상재 선생 유물전시관을 넘어 우리나라 최고의 보안 시스템을 자랑하는 경기 용인의 호암미술관까지 접수하는 기염을 토했다. 서씨의 신출귀몰을 자세히 설명할 지면이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 서씨가 “공모해 빼돌린 문화재 판매대금을 주지 않는다”며 교도관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고 한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으나, 해당 교도관께서는 하루속히 자수해 광명 찾으시길 바란다.
그의 수난은 어쩌면 화려했던 그의 성공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검찰은 지난 17대 대선에서 10만 표 가까운 표를 긁어모으며 ‘돌풍’을 일으킨 허경영 총재님을 구속 기소했다. 죄목은 박근혜 전 대표와의 결혼 예정 사실과 허위 경력들을 선거공보로 만들어 뿌린 혐의다. 사실 총재님의 이름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지난 15대 대선부터다. 그때도 우리의 총재님께서는 박 전 대표와의 결혼 계획을 입에 담으셨고, 자신의 IQ가 430이라고 주장하셨으며, 소련의 핵미사일 기지를 인수하기 위해 동분서주하셨더란다. 달라진 것은 총재님의 득표가 3만9055표에서 9만7656표로 3배 가까이로 늘었다는 것뿐이다. 명백한 정치탄압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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