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이번주의 가장 무서운 말. “이론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이 실물에서 극복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기적을 행하신 교주님의 말씀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하신 말씀이다. 올해의 경제성장률을 5% 이하로 예측한 경제연구기관 대표들의 나약한 마음을 질타하시며 당선인께서는 그렇게 훈계하시었다. 예언에는 마땅히 증거가 따라야 말발이 서는 법. 당선인께서는 바닷가에서 일어난 모세의 기적에 버금가는 기적의 증거도 대셨다. 태안반도 자원봉사 열기를 예로 들며 “60만 명이 왔다 갔다. 학자들이 계산해보면 (원상 복구에) 10년, 20년이 걸릴 것이라는 발표만 하는데, 눈에 띄게 달라졌다”. 아, 마침내 보았다. 그분의 말씀에서 죽은 분이 살아오는 기적을. 무덤에 묻은 침을 닦으며 박정희 각하가 살아오는 기적을. 글자도 희미해진 ‘하면 된다’ 교훈을 들고서 그분이 오시는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과 낮. 그리하여 747 애드벌룬을 향해서 경배하라! 기적이 임박했다! 모두들 대꾸하라! “사기를 치건 말건 경제만 살리면 되지.”
이번주의 가장 우스운 말. “경제가 멀쩡한데 왜 살린다고 하는지.” 맞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말씀이 맞고요, 맞습니다~. 이분 여전히 멀쩡하게 말은 잘한다. 잘사는 놈 더 잘살고 못사는 놈 더 못사는 양극화가 문제지 경제성장률 4.5% 정도면 한국 경제 멀쩡하다. 역시나 이분은 모두가 “예스”라고 해도 혼자서 “노”라고 하시는 노무현 대통령이시다. 아니 솔직히 까놓고, 한국이 더 이상 무슨 개발도상국도 아닌데, 왜 자꾸 중국하고 비교하고 난리인가. 경제가 무슨 감춰둔 지방도 아니고 ‘테레비’도 아닌데 숨어 있는 3%를 찾는다니, 웬 못 찾겠다 꾀꼬리 놀이냐. 이렇게 정론직필 국민의 아픈 곳만 찌르는 ‘놈현스러운’ 말을 들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어찌된 일인가. 살짜기 그리움의 쓰나미마저 밀려오려고 하네. 정말로 기분 놈현하다.
이번주의 가장 심란한 비유. 한나라당 박근혜와 민주노동당 분당파는 비슷하다. 극과 극이 통하지는 않지만 극과 극의 동병상련이 애처러운 시국이다. 민주노동당 평등파 의견그룹 전진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처지가 어쩌나, 몹시나 ‘강감찬’하다. 기껏 피 토하며 무너지는 당을 살려놓고, 애써가며 없는 당을 만들어놓았더니, 엉뚱한 분들이 와서 당사를 접수한 형국이다. 사실상 국회의원 공천권을 빼앗긴 신세도, 자신들이 만든 당에서 자신들이 나가야 하는 위기도 마찬가지. 탈당 얘기를 꺼내자 박 전 대표의 측근이 그랬다지. “우리가 주인인데 왜 나가느냐.” 민주노동당 평등파 누군가도 그랬다지. “안에서 말라 죽느냐, 나가서 얼어 죽느냐.” 그들에겐 네 글자의 비극이 사무친다. 주객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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