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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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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어요

등록 2007-11-16 00:00 수정 2020-05-03 04:25

▣ 정태인 경제평론가

5년 전 이맘때 난 똑같은 제목의 글을 에 실었다. 온갖 비리에 휩싸여 있던 야당 후보가 왜 스스로 똑 소리 나게 해명하지 않을까에 대한 의문이었을 게다. 대선의 계절이라 그러는 것일까? 또다시 한용운의 절창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왜 747인지 알면 뒤집어진다

이번에도 야당 후보에 관한 것인데, 5년 전보다 훨씬 더 의문이고, 그래서 더욱 걱정이다. 땅투기 의혹이나 주가조작 사건 연루는 아마 시간이 가면서 밝혀질 것이다. 오히려 내 의문은 우리 국민이 왜 그에게만은 이렇게 관대할까이다. 애초에 도덕성 따위는 기대도 하지 않았으니 문제가 없다는 것일까? 국민의 그 큰 뜻을 “알 수 없어요”.

뿐만 아니다. 그의 대표 공약이라는 한반도 대운하 역시 조금만 생각해봐도 황당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는데도 여전히 목숨이 붙어 있다. 이미 도 집중적으로 다뤘으므로 결론만 말한다면 정책이 가져야 할 세 개의 타당성, 즉 기술 타당성, 경제 타당성, 생태 측면의 타당성이 모두 없다는 것이다. 내 생각에 우리나라 최악의 정책은 새만금 사업인데 그것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후보와 그 주변 참모들, 그리고 여기에 환호하는 국민 모두 “알 수 없어요”.

이번 역시 정책선거는 영 글렀지만 반대자들이 이 후보의 경제정책 기조에 해당하는 ‘대한민국 747’을 뜯어보고 문제로 삼지 않는 것도 “알 수 없어요”. 한번 홈페이지에 들어가 직접 보시라(자세한 비판은 아무 검색 엔진에나 내 이름을 집어넣으면 나올 테니 참조하시길).

첫 번째 7이 어떻게 나왔는지 알면 아마도 뒤집어질 것이다. 독일 통일 사례를 보니, 통일 비용이 당시 서독 국내총생산(GDP)만큼 나오더라. 그러니 앞으로 10년간 우리의 GDP가 매년 7%씩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인구가 일정하다고 가정할 때 1인당 GDP는 4만달러가 되니 두 번째 숫자가 나왔다. 그 정도 GDP면 세계 7위에 해당하니 마지막 숫자도 7이라는 것이다. 기가 막히다. 이렇게 경제목표를 정하는 수도 있구나, 감탄할 수밖에….

왜 그것밖에 들지 않겠는가. 통일 당시 서독의 GDP는 동독의 세 배였지만 지금 남북의 격차는 10배 이상이다. 이명박식 주먹구구로 계산하자면 우리 GDP는 6배 이상 증가해야 하고 그러려면 매년 20%씩 성장해야 한다. 1인당 GDP 12만달러, 당당 세계 1위이다.

이 747 비행기를 추동할 ‘5개의 고효율 연료’도 요지경이긴 마찬가지다. 국가 시스템의 설계로 40조~50조원의 사회경제적 효과, 법질서의 확립으로 20조~30조원의 사회경제적 효과, 국토 활용성의 제고, 각종 규제 완화를 통해 20조원 이상의 추가 동력 확보, 그리고 미국·아세안·중국·일본 등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 추진하는 것이다. 이 근거가 전혀 없는 숫자들이 어떻게 매년 GDP 7% 증가를 만들어내는 걸까? “알 수 없어요.”

박정희를 그리는 마음

재벌들의 소원인 수도권 규제 완화,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금산 분리 폐지가 이뤄지면 재벌들은 은행 돈으로 수도권 땅을 사고 돈 될 만한 기업을 사들일 것이다. 한반도 대운하와 ‘전 국토의 준특구화’는 전국에 부동산 붐을 일으킬 테니 거품은 부풀 대로 부풀고 성장률은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의료민영화, 3불제 폐지 및 자율형 자립고 100개 설립으로 보통 사람의 가랑이는 찢어진다.

2010년쯤 되면 미국 경제의 파탄, 중국 경제의 위기가 닥쳐올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이 상황에서 부동산 거품, 주가 거품은 어떻게 될까? 대한민국 747이 갈 곳은 미증유의 공황이다. 그런데도 50% 가까운 국민이 지지한다. 자꾸 내 머리를 어지럽히는 환영은 1930년대 나치에 열광하던 독일 국민의 모습이다. 박정희를 그리는 그 마음,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알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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