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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스타] 썰렁하다 ‘CCC’

등록 2007-10-19 00:00 수정 2020-05-03 04:25

▣ 박종찬 기자 한겨레 영상미디어팀 pjc@hani.co.kr

대통령 선거가 6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선거운동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온라인에선 특히 동영상을 활용해 후보를 알리는 ‘사용자제작콘텐츠(UCC) 선거운동’이 활발하다.

‘부동의 1위’ 이명박 후보의 UCC 선거운동이 가장 왕성하다. ‘자기 폭로’ 형식의 기획물 ‘이명박 X파일’을 비롯한 이 후보의 일대기를 다룬 10분짜리 다큐멘터리 ‘나는 희망으로 단련된다’ 등 450편이 넘는 동영상이 이 후보 홈페이지는 물론 포털·블로그 등에서 유통·플레이되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 영상, ‘대한민국 747’ 등 정책과 공약을 알리는 것은 물론 이 후보 부인 김윤옥씨가 직접 출연해 이 후보가 가장 좋아한다는 ‘냄비밥’(쌀밥에 계란과 간장을 비벼서 만든 비빔밥)을 소개하는 등 후보의 사생활까지 영상에 담았다.

범여권에서는 이해찬 후보 진영이 그중 활발했다. 이 후보 진영은 유시민·한명숙 의원 캠프를 ‘인수·합병’한 뒤 유 의원을 영상홍보의 전면에 내세웠다. 유 의원은 홈쇼핑 방송을 패러디한 ‘유명해 3종 세트, 해찬밭솥’ 편에서 쇼핑호스트로 변신해 “실패한 벤처회사 시민밥솥의 다양한 기능을 합쳐 해찬밥솥으로 업그레이드했다”며 “12월19일 밥솥 최종전에서 ‘공구리 밥통’과 한판 뜨자”고 너스레를 떨었다. 정동영 후보는 개성공단이 만들어지기까지 과정에서 정 후보의 활약상을 그린 만화 동영상 ‘개성동영’을 선보였다. 이 영상은 “‘개성동영’이 ‘운하명박’을 끝내 이기리라”로 막을 내린다.

각 캠프가 심혈을 기울여 선거 UCC를 만들었지만 반응은 썰렁하다. 포털 사이트 다음의 ‘티브이팟’에는 매일 20~30개 정도의 대선 동영상이 올라온다. 적지 않은 양이지만 플레이 수가 100을 넘지 못하는 영상이 수두룩하고 댓글도 냉랭하다. 후보 홈페이지나 블로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누리꾼들의 썰렁한 반응은 선거운동 기간(11월17일~12월18일)에만 UCC를 허용하는 등 규제가 촘촘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본적 이유는 ‘선거 UCC’ 자체가 가지는 한계 탓이라는 지적이 많다. 소통과 공유, 참여라는 UCC의 기본정신이 빠진 채 일방적 홍보와 자기 주장이 난무하는 선거 동영상에서 감동과 재미를 찾을 수 없다. 그래서 선거 UCC가 아니라 ‘CCC’(Camp Created Content)라는 비아냥이 들린다. 캠프에서 만들고, 캠프에서 배포하고, 캠프 사람들만 웃고 즐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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