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주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활동가
반가운 소식이 있다. 삼우정밀 노동조합이 이주노동자를 조합원으로 받아들여 함께 활동한다고 한다. 삼우정밀은 대구 성서공단에 소재한 자동차 부품업체로 전체 사원이 100명이 채 못되는 작은 회사인데, 그중 20명가량이 인도네시아 출신 이주노동자라고 한다. 삼우정밀 노동자들은 지난해 12월 노동조합을 설립했는데, 숱한 난관을 겪으면서도 이주노동자와 함께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한다. 그 결과 얼마 전 이주노동자에게도 유니온숍을 적용하는 조건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단체협약에는 이주노동자에게 단체협약 동일 적용, 임금 인상 동일 적용, 조합비 일괄 공제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었다. 유니온숍은, 회사가 신입 노동자 고용시 노동조합에 가입할 것을 조건으로 하는 내용을 단체협약에 명시해, 강력한 단결권을 유지할 수 있는 노동조합 형태다.

삼우정밀 노조, 유니온숍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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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우정밀 노동자들은 이주노동자는 물론이요, 내국인 노동자의 3분의 2가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저임금 노동자라고 한다. 늘 일터에서 함께 고생하니 노동조합 활동 또한 함께해야 한다는 의식이 컸다고 한다. 내국인 노동자들은, 이주노동자와 함께 조합 활동을 하지 않는다면, 회사 쪽이 임금도 높고 다루기 힘든 내국인 노동자 대신 저임금에 고용과 해고가 쉬운 이주노동자를 활용할 것이라는 점을 고민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사업장에서는 내국인 노동자가 파업을 하면 이주노동자를 대체투입해 작업을 이어간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어떤 사업장에서는 그렇게 쌓인 앙금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부당한 처우와 저임금을 노동조합이 되레 부채질하는 일도 있었다.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의 노동3권을 보장한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전혀 작용할 수 없도록 야비하게 묶어둔 탓에 이주노동자가 노동조합을 결성하거나 가입해 활동하는 길은 거의 막혀 있다. 1년 단위로 계약을 연장해야 하고, 노동기간 3년을 마친 뒤 재입국하려면 고용주의 동의를 받아야 하니, 고용허가제 노동자는 고용주 눈치에 살고 죽어야 하는 운명이다. 그러니 이주노동자는 노동3권은커녕 임금 인상이나 잔업수당, 휴가 같은 요구도 제대로 할 수 없다. 그런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유니온숍으로 해결책을 찾은 삼우정밀 노동조합이 실로 존경스럽다. 이제 갓 설립한 새내기 노조의 정신은 앞으로 좋은 귀감이 될 것이다.
통역과 번역 고민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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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수 년 전, 이주노동자가 도입되기 시작하던 초기부터 양대 노총은 이주노동자가 가장 차별받고 소외당하는 노동계층임을 이야기하며, 지원하고 연대하겠다는 결의를 무수히 밝혀왔다. 그러나 그것은 명목상 의지였을 뿐 실천적인 활동은 거의 없었다고 봐야 한다. 입으로만 외치는 ‘만국 노동자 단결’이 저절로 이루어질 리는 만무하지 않은가. 발로 뛰고 만나고 품어 조직하려는 노력, 그렇게 실천적으로 연대하려는 노력이 눈물나게 아쉽던 터였다. 그러니 고용허가제가 시행된 지 무려 3년 만에 들려온 이번 소식이 이처럼 소중한 것이다. 삼우정밀 노동조합은 이주노동자를 조직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데, 가장 큰 어려움은 의사소통 문제였다고 한다. 단체협상 과정마다, 교육과 회의 등 모든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필요한 통역과 번역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웠다는 것인데, 그런 점을 연맹과 노총이 함께 고민하고 실질적으로 지원한다면 더없이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리고 차별적인 제도를 보완해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정책적으로 확보하는 것도 양대 노총의 몫이 아니겠는가. 이미 연수제도는 폐지됐으니, 이제 고용허가제를 발판 삼아 더욱 평등하고 사람 중심적인 제도를 이뤄가도 좋을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풀기 위해서 정규직 노동자의 연대가 필수적이듯, 이주노동자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내국인 노동자가 먼저 나서고 연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그 연대로 이주노동자만 이익을 얻는 것이 아니라 내국인 노동자 또한 큰 이익과 보호를 얻게 된다. 삼우정밀 노동조합의 노력과 성공에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도 이어질 신나는 연대에 희망을 걸어본다.
*‘이란주의 노땡큐!’는 이번호로 마칩니다. 그동안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다음 순서부터는 〈매거진t〉 백은하 편집장이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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