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철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justin22@news.hani.co.kr
꿈에도 그리던 예쁜 딸이 태어나던 날, 엄마는 말기암 선고를 받았다.
가장 행복한 날이 절망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의사는 조심스레 6개월을 얘기했다. 암덩어리는 이미 엄마의 위를 시커멓게 만들고는 간에까지 전이돼 있었다. 믿을 수 없는 현실이었지만 ‘내 딸을 위해 살아야겠다…’ 엄마는 이를 악물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한 아빠의 싸움도 시작됐다. 고통스러워하는 아내를 위해서는 뭐든 할 수 있었다. 아내에게 힘을 주기 위해 평소 아내가 좋아하던 가수 비의 팬클럽에 글을 남겼다. 어머니를 병으로 잃은 경험이 있는 비는 직접 병실로 찾아와 위로했고, 거액의 돈을 치료비로 지원해주기도 했다.
딸 소윤이가 태어난 지 10개월, 엄마 안소봉(33)씨의 암과의 싸움도 역시 10개월째다. 항암 치료를 9차까지 받았지만 별 차도가 없었고 다시 항암 치료를 받기에는 안씨의 건강이 너무 좋지 않다. 한 달쯤 전부터는 똑바로 눕지도 못하고 엎드려 잠을 자는데, 그것도 배를 칼로 긁는 듯한 통증 때문에 2~3시간 간격으로 깨어나곤 한다. “언제까지 이렇게 고통받아야 하나” 눈물이 나오기도 하지만, 커가는 딸을 바라보며 이들 부부는 다시 한 번 힘을 낸다.
안씨의 남편 김재문(30)씨는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홈피(www.cyworld.com/again0921)에 남긴 글에서 “소윤이의 돌이 이제 두 달 남았다. 그러면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이 찾아올 것이다”라고 굳은 의지를 표현했다.
지난 5월 문화방송 에서 이들의 사연을 소개하자, 많은 누리꾼이 이들을 응원하고 있다.
싸이월드 광장에 글을 올린 김슬기씨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어머니를 암으로 잃었습니다. 사연을 보고 정말 소리내어 울었습니다…. 부인께서 살아 있는 동안 정말 눈물나게 아름다운 삶을 선물해주세요”라고 글을 남겼다. 임상래씨도 “아이를 위해서라도 보란 듯이 털고 일어나시길 바랍니다”라고 격려의 글을 올렸다.
김씨는 치료비가 워낙 많이 들기 때문에 후원해주실 분을 찾는다는 글을 미니홈피에 올렸다(경남은행, 예금주 안소봉, 계좌번호 507-22-0441249). 김씨의 사연에 낯모르는 누리꾼이 눈물만 흘린 것은 아니다.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후원을 했다. 김씨는 “통장 정리를 했더니 A4지로 10장가량이 나왔다”며 “도와주신 분들에게 감사한다. 큰 빚을 지는 것 같다”고 감격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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