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font color="#C12D84">안 봐도 비디오고, 안 들어도 오디오다.</font> 명장 밑에 약졸 없다고 했던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밑어붙이기에 ‘올빵’하고 계신 우리의 노무현 대통령 뒤에는 ‘싸움에는 천하무적, 홍보는 뜨겁게, 홍보는 뜨겁게!’ 바로 우리의 군바리 형님들이 계셨다. 국방부는 FTA 밀어붙이기를 위해 장병 특별 정신 교육을 할 예정이시다. “촤렷!” “열주~웅 셧! 눈동자 굴리는 새끼들이 있다!” 분위기는 싸하게 얼어붙는다. “병장 김철수 외 321명 ‘한-미 FTA만이 우리 민족의 살길이다’ 교육을 명 받았습니다.” “추웅~성!” 등장하는 연예인은 아마도 유인촌. “구한말 우리 민족은 역사적 개방에 실패해 식민지로 전락했습니다. 지금 이때야말로~ 어쩌고 저쩌고.” 논산 25연대 훈련소 시절부터 의정부 호원교장 예비군 훈련까지 지지직거리는 텔레비전으로 중계되는 레퍼토리는 뻔하고 단순해서 오히려 정감이 넘친다. “아 미치겠네, 똥 마려운데.” 군바리들의 원성 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시나브로 교육은 끝났다. “김 이병, PX 가서 깐 포도 좀 사와.” 성공적인 FTA 교육을 마친 ×사단 ○대대 △중대 내무반의 풍경.
<font color="#C12D84">슈웃~! 안타깝습니다! 원지동 추모공원을 둘러싸고</font> 서울시와 서초구민들 사이에 벌어졌던 6년 동안의 머리끄덩이 싸움은 결국 서울시의 승리로 끝났다. 대법원은 “원지동에 추모공원을 지어도 된다”고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는데, 전전임 고건 시장의 사업을 떠안아버린 새 시장은 왠지 똥 밟은 듯 떨떠름한 얼굴이다. 추모공원 6년 역사는 이명박에서 오세훈으로 이어지는 서울시 헛발질의 역사다. 서울시와 서초구민들 사이의 싸움이 계속되는 동안 SK그룹이 추모공원 건립 사업을 위해 내겠다고 약속했던 400억원은 날아가버렸고, 그동안 미친 듯 뛰어오른 땅값 탓에 토지 보상비는 애초 예상했던 500억원에서 2500억원으로 다섯 배로 뛰었다. 서울시는 “추모공원 지으라”고 그린벨트를 풀어준 건교부를 엿먹이려는 듯 “국립의료원을 짓겠다”는 엉뚱한 꿍꿍이다. 그들의 헛발질은 끝날 수 있을까. 미안하지만, 안 봐도 비디오고, 안 들어도 오디오다.
<font color="#C12D84">결국, 국민투표인가? 한-미 FTA 체결을 반대하는</font>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만든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가 국민투표를 공식 요구하고 나섰다. 신문이 발표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확률은 반반. 가위바위보에서 동전 던지기를 넘어 묵찌빠와 비슷한 확률이다. 다수결에 의존하는 민주주의가 위태로워 보이기도 하지만, 민주주의란 본래 인간의 평균적인 능력에 대한 무한한 신뢰에 기초해 있지 않던가. 평범한 사람들이 한 명이라도 더 옳다고 생각하는 쪽으로 가는 게 미국에 조기유학을 떠나 컬럼비아 로스쿨에서 박사를 받은 장관과 고등학교를 나와 사법시험을 패스한 똑똑한 대통령이 결정한 길을 선택하는 것보다 더 좋을 것이라고 믿어보는 그런 믿음 말이다. 대통령은 당연히 국민투표를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 뭐, 안 봐도 비디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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