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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넌센스]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등록 2007-04-13 00:00 수정 2020-05-03 04:24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 이효리의 뮤직드라마 제목으로 알고 계시는 분들도 많겠지만(모르는 분들이 더 많다는 아우성이 들린다), 사실 은 파트리스 르콩트 감독의 1992년작 영화의 번역 제목이다. 불어 원제는 ‘Le Mari De La Coiffeuse’(미용사의 남편)로, 정말 멋진 번역을 넘어선 창조다. 그러니까 이효리의 뮤직드라마 제목은 오마주도, 패러디도 아니고 한마디로 “실례합니다”, 그대로 베꼈다는 말씀이다. 제목에는 저작권이 없어서 이렇게 베껴도 괜찮은 효리가 있다면, 저렇게 베껴서 괜찮지 않은 아이비도 있다. 아이비의 뮤직비디오는 일본의 유명한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옮겨 찍었다가 배포 및 상영 금지 가처분을 당했다. 뮤직비디오 홍종호 감독은 “오마주!”라고 외쳤지만 법원은 “그래도”라고 응답했다. ‘오마주’란 존경의 뜻으로 원작을 인용하는 기법이다. 때때로 ‘베끼다’의 전문용어 혹은 동의어로 사용된다. 그러니까 홍종호 감독은 그 애니메이션을 너무나 사랑해 베끼는 방법으로 존경의 염을 표했다는 말씀이다. 이제부터 사랑한다면 홍종호처럼! 그리하여 효리의 뮤직드라마는 비록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뮤직드라마의 제목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출몰해서 ‘컬트’의 반열에 오를 조짐을 보인다.

사랑한다면 전재용, 박상아처럼. 그것은 사랑으로 밝혀졌다. 그것도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밝혀졌다. 마침내 전두환씨의 아들 전재용군과 탤런트 출신 박상아양의 사랑이 결실을 맺었다고 북미 한인방송 가 전했다. 그들의 사랑은 국경을 넘고, 시대를 넘었다. 어언 4년 전 전두환 비자금 스캔들을 통해 세간에 알려진 그들의 사랑은 세월을 넘어서 오늘까지 이어졌고, 서울에서 시작된 그들의 사랑은 태평양을 건너서 미 캘리포니아로 이어졌다. 오죽 사랑했으면 당시 법적으로 남남인 여인의 계좌로, 그것도 모자라 그 여인 어머니의 계좌로 비자금 170억원을 흘려 보냈겠는가. 오죽 믿고 또 믿었으면 그렇게 거금을 맡겼으며, 오죽 사랑했으면 한 푼의 에누리도 없이 거금을 고이 간직하며 그분의 결혼이 끝나기를 수년간 일편단심 기다렸겠는가. 15년 결혼의 장벽도 그들의 사랑을 막지는 못했다.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사랑한다면 강동순처럼. 강동순 방송위원회 상임위원의 사랑은 차마 남들 앞에서 말하지 못할 뜨거운 사랑이다. 그는 여의도 일식집 밀실에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을 모시고 밀어를 나눴다. “(한나라당 대선 승리는) 우리 일”이라고 고백했다. 임을 향한 뜨거운 사랑을 주체하지 못해 내처 사랑의 방해꾼을 욕했다. “호남은 다 썩은 DJ 얘기에 휩쓸려가지고… 호남 사람들 심하게 얘기하면 김정일이가 내려와도 우리 동네에는 포 안 쏜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거침없는 막말의 하이킥을 날렸다. 여의도 인근에서 한나라당에 대한 사랑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럽다는 한국방송 윤아무개 부장은 강 위원의 말에 한술을 더 떴다. “김구 선생 사망과 김대중, 노무현 엄마 피임 실패한 게 우리나라 3대 비극이라는 얘기는 맞는 얘기.” 정말로 비극적 개그다. ! 사랑한다면 윤아무개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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