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현 자유기고가 groove5@naver.com
약[jak] 명사. 藥

병을 고치거나 예방하고자 이용하는 물질. 투여량에 따라 약은 독이 되기도 하니 약과 독은 동전의 양면이다. 고대의 약은 산천초목에서 나왔지만 현대의 약은 대형 제약회사에서 나온다. ‘지각 방지약’의 출시가 곧 ‘지각은 질병이다’라는 명제를 발효시킬 만큼 현대의 약은 본말전도적인 권력을 지니게 됐다.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과정을 통해 ‘출신성분’도 약의 주요 성분에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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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로워 보이는 동식물을 없애고자 쓰는 ‘약’은 죽어가는 동식물에겐 ‘독’이 된다. 그래서, 한-미 FTA가 한국 경제의 약이냐 독이냐는 당신의 물음에 “약은 독이고 독은 약”이라고 해답을 주면 당신은 “약 줄까”라고 말하고 싶은가 “약 먹었냐”라고 말하고 싶은가. 딜레마는 다른 곳에 있다. 쇠고기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존재하는 일희일비의 반비례 그래프가 한-미 FTA의 기본 규칙이지만 약은 그렇지 않다. 제약업계도 약 복용자도 같이 울상짓고 있다. 사실, 미국 대형 제약회사들은 FTA의 FT(Free Trade), 즉 자유거래와 원래 거리가 있다. ‘특허 보호’라는 약을 먹고 독점산업으로 자라나 약값 인상을 주도했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더 싼값에 약을 얻으려고 움직이는 사람들에게 “미국인은 캐나다로 가는 버스를 타선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 대형 제약회사들도 ‘제네릭’(유사약)을 만든다. 미국 의학전문 저널리스트 마르시아 에인절은 2006년 에서 1998년부터 2002년까지 미 식품의약국(FDA)에서 허가받은 415개의 신약 가운데 77%가량은 기존의 약보다 나은 효과가 없는, 일명 ‘미투약’(Me-too drug, 나도 같아 약)이라고 말했다. 지각이 병이 아니듯 고혈압과 고콜레스테롤도 병이 아니라고 말하는 의학 전문가도 있다. 약값 대신 약 복용량을 고민하면 어떨까. 우리 속담은 ‘한 가지 병에 천 가지 약’이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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