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현 자유기고가 groove5@naver.com
석호필[s∂khopil] 고유명사
石好弼. 고유명사. 미국 드라마 에 출연해 국내에서 인기를 얻은 배우 웬트워스 밀러에게 붙여진 애칭. 극중 배역 이름 ‘스코필드’에서 유래한 한국식 이름으로 최근 그의 방한과 더불어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순위 상위권에 등극했다. ‘석호필’은 미국인 배우에게 안기는 한국 대중의 선물이다. ‘국적 불명’ 호감을 안겨주는 그의 외모는 러시아인이자 프랑스인이자 시리아 사람이자 레바논 사람이자 네덜란드 사람인 어머니와 아프리카계 미국인이자 자메이카인이자 영국인이자 독일인이자 체로키(미국 인디언 부족)인 아버지 사이에서 생겨났다.
원래 ‘석호필’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네 아버지’ 중 한 사람으로 꼽는 이로, 일제시대에 독립운동을 도왔던 세브란스 의학전문학교 세균학 교수 프랭크 스코필드 박사의 별칭이다. 지난해 2월 말 인터넷 사이트 ‘디시인사이드’ 내 미국 드라마 게시판의 한 이용자가 삼일절을 앞두고 “그분을 기리는 뜻에서 (의) 스코필드는 석호필로 부르는 게 어떨까?”라고 거듭 제안한 끝에 다른 이용자들의 공감을 얻어 온라인에서 유통되기 시작했다고 알려진 인공 유행어다(‘성지순례’는 http://gall.dcinside.com/list.php?id=f_drama&no=19225).
클릭을 유도분만하는 기발함 덕분에 ‘석호필’은 본명을 누른 별명이 됐다. 제일모직 의류 브랜드 ‘빈폴’의 광고 촬영을 위해 방한한 웬트워스 밀러를 좇는 무수한 기사 중 헤드라인에 ‘스코필드’나 ‘웬트워스 밀러’를 삽입한 기사는 거의 없었다. 헤드라인의 ‘석호필화 현상’은 포털 사이트들의 ‘아웃링크 시스템’ 도입 뒤, 각 언론사들이 ‘상위권 검색어’에 집착하는 최근의 거품 현상의 결과다. 똑같은 단어, 똑같은 사진, 똑같은 제목을 단 ‘석호필’들이 반복 재생된다. 석호필이 기자회견에서 “‘석호필’ 애칭 영광스럽다”고 한 순간 다람쥐 쳇바퀴 식의 단어 유통 구조가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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