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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나보코프 블루스> 외

등록 2007-03-30 00:00 수정 2020-05-03 04:24

나보코프 블루스

커트 존슨·스티브 코츠 지음, 홍연미 옮김, 해나무(031-955-3554) 펴냄, 2만2천원

는 출간되자마자 1950년대 음란성을 둘러싼 논란으로 유명해졌다. 이후 는 그 하나로 고유명사가 되었고,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불안정한 망명 생활을 한 작가 나보코프의 일대기는 그 자체로 작품에 버금가는 흥미를 자아냈다. 그리고 여기 나보코프의 또 하나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소설가 나보코프는 인시류 연구가였다. 인시류학은 나비와 나방을 연구하는 과학 분야다. 여러 인터뷰에서 그는 러시아혁명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아마도 자신은 전업 인시류 연구가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비 연구와 수집을 계속했고, 여러 학술지에 인시류에 관한 글을 기고했으며 ‘블루’(Blue)라고 불리는 특정한 무리의 나비에 관한 권위자였다. 는 그의 추종자들조차 괴짜 작가의 무해한 기벽으로 받아들이고, 호사가들은 대문호의 아마추어리즘으로 폄하하는 ‘인시류 연구가’ 나보코프의 명예회복에 나선다.

1945년 나보코프가 맨 처음 시도한 뒤 ‘나보코프 프로젝트’라고 불리는 인시류 연구 검증 작업, 곤충학자 발린트와 존슨이 귀납식으로 발견해나간 나보코프의 업적, 그리고 ‘신열대구 플레베이나이에 관한 고찰’과 같은 논문 등은 그의 생물학적 연구자 지위를 잘 보여준다.

존 리드 평전

로버트 A. 로젠스톤 지음, 정병선 옮김, 아고라(02-337-0518) 펴냄, 1만9천원

러시아 10월혁명을 다룬 르포 을 읽다 보면, 이 차분하고도 성실한 기록자가 과연 누구일까라는 호기심을 갖게 된다. 존 리드는 사실을 전하는 기자였으며, 취재 현장에서 개조된 사회주의자였다. 책은 1913년 미국 뉴저지주 섬유노동자 파업 현장에서 사회주의적 신념의 세례를 받은 뒤, 러시아혁명의 종군기자, 뉴욕 주재 소련 영사로 일하고, 1920년 33살의 나이로 모스크바에서 요절한 그의 삶을 뒤좇는다.

열아홉

앙꼬 지음, 새만화책(02-3462-2280) 펴냄, 9천원

1983년생 앙꼬의 두 번째 만화 묶음집. 본격적으로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2003년부터의 9개 단편과 그림일기 4편, 2006년의 일기를 모았다. 표제작인 ‘열아홉’은 날라리 여고생 이야기다. 가게에서 깽판을 치고 있는 여고생, 입에서는 술냄새가 지독하고 얼굴은 발그레하다. 다음날은 수업 시간에 그림 그리다 걸린다. 야한 남녀의 만화다. 담임에게 불려가 뺨을 맞는다. 그런 여고생의 불만은 “자기가 그렇게 생긴 줄 모르나. 내 그림을 무시했어.” 아빠한테 맞고 도망친 그녀는 “지금 이렇게 우는 것도 그냥 우는 거야. 그냥 맞은 곳이 아파서 그것 말고는 아무 생각이 없다는 게 너무 웃기다”고 말한다. 이런 무대책 문제아가 귀여워진다는 게 너무 웃기다.

카뮈, 지상의 인간 1·2

허버트 R. 로트먼 지음, 한기찬 옮김, 한길사(031-955-2037) 펴냄, 각권 2만5천원

‘부조리’의 작가, 프랑스를 대표하는 미문의 작가 알베르 카뮈의 일생이 방대한 자료와 증언들을 바탕으로 재구성된다. 축구와 수영을 좋아하는 ‘지중해인’으로 살던 젊은 카뮈는 결핵과 장 그르니에와의 만남을 계기로 문학에 빠져들게 된다. 작가와 언론인으로서 카뮈는 어떤 정치적, 사회적 불의도 지나치지 않았다. 그는 스탈린주의의 희생자,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친구였다. 지은이는 카뮈의 부정적인 면까지 낱낱이 들춰낸다.

산문기행

심경호 지음, 이가서(02-336-3503) 펴냄, 2만9800원

조선의 선비들은 산을 유람한 뒤 산수에 대한 자세한 정보뿐 아니라 인생과 철학에 대한 사색을 담은 유람록을 작성했다. 책은 사료적 가치와 예술적 가치를 두루 갖춘 선비들의 유람록을 선별해서 싣고, 그 의미를 논한다. 선비들의 산 사랑은 남달랐다. 별도로 마음에 드는 산을 하나씩 두었고 바쁜 공무 중에도 여유가 있을 때마다 산을 찾았다. 유람록을 통해 선비들의 정신세계와 삶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지리학 교실

이기봉 지음, 논형(02-887-3561) 펴냄, 1만3천원

한국 지리학의 현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개론서. 지은이는 한국 지리학자들도 학문적 열등감에서 벗어나 자신 있게 강의록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통해서 좀더 다양하고 독창적인 학문의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은 모두 7개의 강의로 구성돼 있다. 시간에 대한 인식의 역사와 시간지리학의 탄생, 도시와 도시화에 대한 역사지리적 검토, 그리스와 로마의 지리학, 위치의 정확성을 추구한 조선의 고지도 등을 펼쳐놓는다.

괴테와 다산, 통하다

최종고 지음, 추수밭(031-955-7461) 펴냄, 1만2천원

괴테와 다산은 18세기에 태어나서 19세기가 동틀 무렵 세상을 떠났다. 두 사람은 한 시대를 함께 살다 갔다는 우연 외에도, 근대정신이 화려하게 꽃필 때 활동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괴테와 다산은 18세기 유럽과 동아시아가 낳은 최고의 지성인이자 학자였다. 책은 두 사람의 생애를 비교하고 정신세계를 여러 각도에서 분석했다. 치밀한 문헌 분석이 돋보인다. 지은이는 이런 작업을 통해 한국 지성사를 좀더 세계적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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