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정의구현 사전] 자전거[ζaζ∂g∂] 명사.

등록 2007-03-16 00:00 수정 2020-05-03 04:24

▣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font color="red">자전거</font>[ζaζ∂g∂] 명사.
안장에 앉은 채로 다리로 페달을 굴려 앞으로 나가는 이동수단. 좌우 양발로 페달을 차례로 굴리는 동력이 체인으로 연결된 바퀴로 전달되어 자전거와 거기에 탄 몸이 앞으로 나가게 된다. 오직 전진만이 있다. 후진은 불가능하다. 과하게 후진시키게 되면 체인이 꼬인다. 양병집이 밥 딜런의 노래를 개사해 김광석은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네 바퀴로 가는 자전거’라 노래했다. 묘기용으로 제작된 것에서 바퀴 한 개짜리가 있으며, 넘어지지 않도록 뒷바퀴가 두 개인 세발자전거가 있다. 드물게 노래의 ‘상상’은 뒷바퀴에 보조바퀴를 두 개 단 청소년용 자전거에서 이루어진다.

‘자전거 레이서’ 김훈은 에서 몸으로 밀어야 앞으로 나아가는 자전거의 정직한 메커니즘을 찬양한다. 그리하여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 속으로 흘러 들어온다. …흘러오고 흘러가는 길 위에서 몸은 한없이 열리고, 열린 몸이 다시 몸을 이끌고 나아간다.”

같은 물건임에도 ‘탈것’과 ‘팔것’은 천지 차이다. 비토리오 데 시카의 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난한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일자리를 구한 주인공이 돈을 빌려 자전거를 사지만 이내 잃어버린다. 아들과 자전거를 찾으러 나선 그는 자신의 자전거를 훔친 젊은이를 찾아내지만 도둑은 자신보다 더 가난한 간질환자다. 2007년 한국에서도 비극의 ‘자전거도둑’이 나타났다. 강아무개(42)씨는 쇠톱으로 열쇠를 끊고 자전거 석 대를 리어카에 싣다가 단속원에게 걸렸다. 고물자전거는 다 팔아봤자 1만원이 채 안 되는 것이었다. 강씨는 경찰서에서 아들에게 소시지를 사주려 했다고 말했다. 폐품 수집으로 하루 3천원을 벌어 생활해온 강씨는 아들이 소시지를 먹고 싶다고 하는데도 들어줄 수 없자 자전거를 훔치러 나섰다. 그는 지난 2000년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해 5년 동안 입원 치료를 받았고 5천만원의 빚을 졌다. 부인은 집을 나갔으며 그는 지하 단칸방에서 초등학생 남매와 살고 있었다(SBS 8시 뉴스).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