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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넌센스] 전국 계모임 비상사태

등록 2007-03-16 00:00 수정 2020-05-03 04:24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누가 힘없는 검경을 모함했나? 초봄에 검경의 마음이 추상(秋霜)처럼 얼었다. 억울한 경찰이 먼저 나섰다. 이택순 경찰청장은 3월6일 지난해 오락실과 관련된 경찰들의 “실수”가 언론에 의해 “대서특필”됐다고 설파했다. 그의 발언은 경찰만 문제가 아니라 경찰만 ‘조지는’ 언론이 더욱 문제라는 뜻으로 해석됐다. 카지노 업주에게 단속 정보를 알려준 대가로 1억6천만원을 받은 경찰도, 아예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며 상급자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된 경찰도, 소소한 사건을 언론이 크게 써 문제가 됐다는 것이다. 이렇게 원통한 사연으로, 지난해 국가청렴위가 발표한 청렴도 순위에서 중앙행정기관 가운데 경찰이 꼴찌에서 두 번째를 했으니 오죽 억울하겠는가? 부창부수, 아니 부통부청이다. 그 대통령에 그 경찰청장,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경찰의 눈물겨운 소송을 눈물겨운 편지로서 칭찬하지 않았던가. 방송 뉴스에 서울경찰청 관련 정정보도가 나오자 감동을 ‘먹어서’ “가슴이 찡하다”는 서신을 50만 공무원에게 보내지 않았던가. 이토록 억울한 대통령, 경찰을 모함하는 자 누구인가? 조·중·동인가, 한겨레인가.

다음날 검찰이 나섰다. 지난해 국가청렴위가 발표한 청렴도 순위에서 강력한 경쟁자인 경찰청을 제치고 영예의 1위를 차지한 검찰청의 정상명 검찰총장이 연타석 눈물의 안타를 치셨다. 이분은 검찰 선배인 이진강 새 변협회장을 만나자 답답한 흉금을 털어놓았다. “지난 대선은 법조인 출신이 있어서 별 탈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법조인이 없다”고 깊은 시름을 슬쩍 비쳤다. 이분도 “홍보”의 문제를 지적하셨는데 “법조인들이 특혜가 많은 것처럼 오해”받는 상황에서, 법조인이 아닌 후보들의 “법조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인지 걱정스럽다”는 것이다. 아니, 법조계 출신의 후보가 없어서 걱정이라니, 전국에 산재한 각종 계모임들의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의료계, 연예계 등 지체 높으신 계급의 계모임부터 주먹계, 백수계 등 떠오르는 계급의 계모임까지 ‘우리 계’ 후보를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드높다.

통장계에 진정으로 억울한 사태가 발생했다. 대통령 임기를 바꾸느냐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사이에, 민생을 위협하는 조례 개정이 추진되고 있었다. 인천 계양구의회가 통장 나이를 65살 이하에서 60살 이하로 낮추고, 2년인 임기도 한 차례만 연임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 개정안을 마련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장기 집권하던 통장들의 민생이 위기에 처한다. 현재의 통장들에게 개정안을 소급 적용하면 계양구 통장 460명 가운데 80~90%가 통장직을 그만두는 통장계 초유의 대량해고 사태가 발생한다. 매달 27만여원의 수당도, 쓰레기봉투 지급도 끊긴다. “이것은 나이 차별이여!” 아무리 외쳐도 반향은 보이지 않는다. 아, 헌법은 멀지만 조례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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