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김현영 홍익대 강사
무관심씨와 열정씨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싸움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다. 열정씨가 아무리 지칠 줄 모르는 짝사랑을 보내도, 앞만 보고 달려가자고 꼬여도, 역사와 문화를 싹 갈아엎은 불도저로 변신한다 해도 무관심씨는 기껏해야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얼어붙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애초에 그렇게 말을 걸면 안 된다. 처음 본 고양이 밥을 주듯이, 옆에 있는 듯 없는 듯, 관심을 구걸하지 않되 무엇이 필요한지를 생각하고 거리를 두는 꾸준한 노력만이 유일한 해답이다. 하지만 이놈의 열정씨는 늘 앞서가거나, 그릇을 엎질러버린다.
열정씨의 착각
선거 국면마다 ‘진짜 서민 후보’ 논쟁과, ‘민생정치’라는 구호를 열정씨가 아무리 외쳐도, 무관심씨는 서민과 민생이라는 단어가 바로 자신을 향한 구애임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신문에서는 연일 대선에 대한 보도를 하고 있지만, 뒤돌아서면 공허하다. 아니 일단, 정말 관심이 생기지 않는다.

선거라는 제도를 아주 냉소적으로 말하자면 선거는 출마자들을 주체적 행위자로 등극시키고, 유권자들을 이들의 욕망의 대상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욕망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주체를 성립시키는 행위자들인 유권자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뽑아주면 뭐 해줄게”도, “나 잘난 놈이야”도, “쟤는 안 돼”도 아니다. 이런 말들은 대상을 더욱 대상화시킬 뿐이다. 무관심을 넘어서 불쾌해지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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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심한 유권자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주체와 대상 사이의 관계를 끊임없이 표류시키고 역전시키는 고도의 심리적 교감이다. 유권자들의 투표 행위는 곧 자기 자신의 주체화로 바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대표라는 중간 매개자를 통해 우회하는 행위이다. 그러므로 고양이처럼 까다롭게 거리를 차츰 좁혀나가면서 그 간극들을 좁히는 방법을 찾아보아야 한다.
물론, 이 모든 복잡한 과정들을 생략하고 “나를 따르라”고 얘기하거나, 어찌되었건 “우리가 남이가(너는 곧 나다)”라고 주장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독재정권 이후 투표가 시작되면서 출마자들이 가장 애용하던 것은 마지막 방법이었다. 민주화 세력이건, 보수 세력이건 자신들이 한국 사회를 진짜 걱정하고 있는 진정한 세력이라고 얘기한다. 너의 생각이 곧 나의 생각이며, 그러므로 내가 너를 대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다. 선거 국면마다 등장하는 차선과 차악의 선택이라는 말은 출마자와 나 사이의 거리에 대해 대중들이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참여’를 통해 돌파해보겠다고 한 참여정부의 전체 밑그림은 독재정권과도 다르고, 국민들의 동일성을 전제한 국민의 정부와도 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정치는 정치인들만의 놀이라는 깊은 회의감을 가진 대중들이 참여정부 들어 더 많아진 것은 왜일까.
흔히 참여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무능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도 지적했듯이, 참여정부의 실패는 무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대의민주주의에서 참여민주주의로의 전환이 실패한 결과이다. 임기 말에 대통령 임기를 중심으로 개헌 논의를 하자는 대통령의 발상은 민주주의의 담지자이자 대표자에게 우리가 계속해서 ‘대의’를 집중해주어야 한다는 생각과 다를 바가 없다. 참여는 어디로 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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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의 ‘참여’는 어디로
그리고 더 무서운 일은, 이러한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공허함과 무능이라는 코드화된 감정들이 독재에 대한 향수로 전이되기가 무척 쉽다는 것이다. 라이히가 언급했듯이, 대중은 독재자에게 속아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특정 순간에 파시즘을 욕망한다. 유능한 독재자에 대한 향수는 역사적 퇴행이 아니라 현재적 욕망이다. 이 욕망은 민주화 이후에 더 이상 일방적으로 대상이 되기를 거부하는 순간에 자발적으로 일어난다. 기꺼이 독재를 통해 개인으로서의 자신이 역사적 주체로 등극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이러한 대중들의 욕망과 무관심이라는 두 가지 모습에는 현 정부의 ‘역사적’ 책임이 있다. 참여 정치를 하겠다더니, 참여 정치의 소프트웨어를 하나도 못 바꾸고, 서투르고 일방적으로 열정씨식으로 밀어붙인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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