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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넌센스] 사면복권 당첨된 사람들

등록 2007-02-16 00:00 수정 2020-05-03 04:24

▣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어화, 벗님들아 이내 말씀 들어보소. 무료하고 고된 세상, 힘든 시름 잊어보려, 구닥다리 낡은 테레비를 틀어보니, 지엄하신 형판대감 오만인상 다 쓰고서 무슨무슨 이름들을 죽 읊고서 있잖겠소. 뭔 일인가 지켜보니, 사면인가 복권인가 죄를 지은 고관 대작, 분식회계 경제인들, 전 대통령 자슥놈들, 온갖 죄를 지은 사람 방면한단 얘기잖소. 기맥히고 기맥힌 게 세상사라 하지만은 형제끼리 쌈박질에 죄지은 게 들통나신 ㄷ산그룹 박아무개 회장, 포도대장 헛수사로 법망에서 빠졌다가 언론 땜시 들통나서 감방 가신 임아무개 회장, 일인지하 만인지상 부친권세 등에 지고 호가호위 덤비다가 고랑 차신 김 소통령, 한때나마 대한민국 여성들의 젊은 오빠, 업체에서 주는 돈을 덥석 물다 큰일 보신 영화배우 강신 의원. 경제를 되살리고, 묵은 갈등 푸는 것과 죄지은 놈 푸는 것이 뭔 상관이 있겠냐만, 수십조를 부도내고 도망쳤다 돌아오신 ㄷ우그룹 김아무개 회장 이름이 빠진 걸로 위안이나 삼아볼까.

그뿐만이 아니라오. 동대문 밖 안암골서 흉헌 소식 들려오오. 나라 위해 좋은 인재 키워내던 학교 있소. 예전 이름 보성학교, 요즘 이름 고려대학. 그 학교서 얼마 전에 학교를 이끌어갈 훈장님의 새 대표를 투표로 뽑았는데, 새로 뽑힌 총장님이 옛날부터 자기 글엔 넘의 글을 베끼시고, 제자들 논문에다 자기 이름 크게 넣어 학교 안팎 학술지에 실었다는 얘기였소. 옛날에는 그런 일이 많았다고 하지만은, 요즘에는 부총리도 지방에다 땅 살 적에 남의 이름 빌려다가 계약하는 일 갖고도 옷도 벗고 욕도 먹는 그런 세상 아니겠소. 아무리 억울하고 분통 터질 일이라도 원칙대로 기준 갖고 일을 풀면 될 것 갖고 훈장님들 패를 갈라 쌈박질이 웬일이오. 새 총장은 훈장들의 투표로 결정하자, 그런 소릴 하셨는데. 심봉사는 심봉사고 심청이는 심청이지 아무리 우겨봐야 표절은 표절이요. 훈장 싸움 진흙탕에 옷 버리기 그만하고, 세상살이 갑갑한데 괜한 욕심 버리시오.

아무래도 그 동네는 어찌될지 모르겠소. 광주에서 제 백성을 난도질한 학살자의 이름으로 공원 이름 바꿔버린 합천군의 원님께서 공주님의 한마디에 밥 먹다가 체하셨소. 원님께서 존경하는 박 대통령 따님께서 ‘일해공원’ 그 이름이 나쁘다고 말한 뒤에 합천군청 원님실엔 재떨이만 쌓여가오. 그러니까 처음부터 무리한 일이었다, 한쪽 말은 그렇지만 이제 와서 물러서면 원님 꼴이 뭐가 되냐. 덩달아서 아전들의 한숨 소리 높아가오. 존경하는 합천 원님, 백성들도 싫어하고 공주님도 싫어하니 이제 그만 이쯤에서 물러섬이 어떠하오. 무리하게 오버하다 다음번 공천에서 탈락되면 어떡하오. 안 그래도 요즘 들어 공주님의 큰 인기가 건설왕자 대세론에 흔들리고 있잖겠소. 시끄러운 세상일들 술 한잔에 털어내고 신명나게 놀아보세.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시사가 넌센스한 힘든 시절 살다 보니, 별일들이 다 있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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