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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여, 과학을 지지하라”

등록 2007-01-20 00:00 수정 2020-05-03 04:24

글로벌 베스트셀러 의 저자 조애너 콜과 브루스 디건…“안심하고 연구하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이공계 기피 현상이 없어질 것”

▣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어린이용 과학시리즈 는 전세계적으로 5300만 권이나 팔린 글로벌 베스트셀러다. 만화책에서나 볼 수 있는 말풍선과 메모지 형식의 보고서 등 독특하고 인상적인 지면 구성, 프리즐 선생님 등 등장 캐릭터들의 전형성과 친근함, 몇 년 동안 발품을 팔아가며 과학 전문가들을 인터뷰함으로써 생긴 전문성 등이 장점인 이 시리즈물은 ‘어린이 과학에 대한 신선하고 놀라운 접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에서는 1999년 첫선을 보인 이래 700만 부(출판사 집계) 이상 팔렸다. 미국 다음으로 많이 팔린 수치다. 일종의 사회현상이라고 할 만하다.

7년 만에 나온 제11권 ‘아널드, 아인슈타인을 만나다’의 한국어판(비룡소) 출간을 기념하여 한국을 방문한 공동저자 조애너 콜(63·사진 오른쪽, 글쓴이)과 브루스 디건(62·그린이)을 1월11일 오후 서울 사직어린이도서관에서 만났다. 두 저자는 모든 질문에 답변을 번갈아가면서 할 정도로 호흡이 잘 맞아 ‘파트너 이상의 파트너’라는 평가를 실감하게 했다.

과학 마인드의 첫째는 비판적 사고

방문한 지 며칠이 지났다. 과학을 대하는 한국과 한국민의 태도에 대해 어떻게 느꼈는지 궁금하다.

= 한국인들이 무척 친절하다. 아이들 역시 친근하고 개방적인데다 창의적이었다. 오늘 만난 아이들 가운데서도 부끄러워서 얘기를 못하는 아이들은 한 명도 없었다. 이런 한국의 에너지가 세계를 뒤덮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웃음)

이번에 출간된 11권은 어떤 책인가.

= 이전에는 특정한 과학 분야를 다뤘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 ‘과학’과 ‘과학적 접근방법’이 무엇인지에 관한 책이다. 어떤 과학자가 유명한지, 그들은 어떻게 일하고 생각했는지 등을 중심적으로 다뤘다. 이전과 비교해볼 때 통합적인 내용이어서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재미나 유머 같은 요소를 더 많이 고려했다.

“과학이란 새로운 생각을 시험하는 과정”이라는 과학의 정의가 이번 책에 나온다. 어린이들에게 과학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 과학 교육은 크게 두 가지로 구성돼 있다. 과학자들이 오래전부터 실험을 통해 증명해놓은 지식을 아는 것과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실험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것이다. 만약 이전 과학자들이 쌓아놓은 지식을 모른다면 스스로 실험을 하는 것이 의미를 잃게 된다. 두 가지가 동시에 추구돼야 한다. 과학적 마인드를 가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비판적인 사고다. 과학적인 접근법과 비판적 사고는 사회 발전의 필수 요소이기도 하다.

시리즈에서 가장 인상적인 요소는 ‘프리즐 선생님’과 ‘스쿨버스’다. 프리즐 선생님이라는 캐릭터는 아이들에게 과학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온몸으로 전달해준다. 입고 있는 옷이나 하는 말까지 모든 것이 그것을 지향한다. 스쿨버스는 몸속에서부터 우주까지 아이들을 데려가서 직접 체험하게 해준다. 두 가지 요소를 구상한 동기는 무엇인가.

= 프리즐 선생님은 아이들의 눈을 크게 뜨게 하는 밝은 빛과 같은 존재다. 그만큼 발랄하고 예측하기 힘든데, 그런 점이 아이들의 관심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어떤 이들은 선생님은 우스꽝스러워서는 안 된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스쿨버스는 실제로 갈 수 없는 곳을 가게 해주는 매개체다. 스쿨버스 하나를 빼고 나머지는 모두 현실적인 내용이다.

한국에서는 교사가 권위를 지녀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서 프리즐 선생님 같은 교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 같다. 특별히 프리즐 선생님이 인기를 끄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 프리즐 선생님은 실제 인물인가.

= 사실 교사에 대한 생각은 미국에서도 비슷하다. (웃음) 프리즐 선생님이라는 모델은 어릴 적 나(조애너 콜)의 과학 선생님이다. 옷차림은 좀 달랐지만, 여행을 좋아했고 과학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다.

교사에 대한 생각은 미국도 비슷

학생 캐릭터 가운데 아놀드가 중심 인물인데 너무 소극적이다. 과학을 대하는 태도가 소극적인 아이를 염두에 둔 설정인가.

= 아니다. 아놀드는 창의적인 아이다. 위험한 일은 안 하려 하고 소극적인 면도 일부 있을 따름이다. 모든 학생이 모범생 같으면 재미없지 않나. 일종의 반전 효과이며 유머로 보면 된다.

이 책은 재미있다. 그러나 현실 과학교육은 따분하다. 현실에는 프리즐 선생님이나 스쿨버스와 같은 존재도 없다. 학교 교실이나 가정에서 프리즐 선생님이나 스쿨버스와 같은 효과를 내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교사나 부모들은 무엇을 해야 하나.

= 실제 현실에서는 돈이나 교육 여건이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걸 인정해야 하는 게 안타깝다. 재정적인 지원도 충분해야 하고 열정적인 교육자도 필수적이다. 나(브루스 디건)는 뉴욕에서 고등학교 미술 교사를 했었다. 그곳에서 과학교육이 제대로 이뤄진 데는 과학 분야 책임자가 과학에 열정적이었던 점, 그것을 뒷받침하는 과학 프로그램과 재정 지원이 충분했던 점을 꼽을 수 있다. 과학을 지지해주는 사회적 분위기도 중요하다. 한국에 와서 몇몇 인터뷰를 하고 알게 된 사실인데 이공계로 진학하지 않으려는 흐름이 있다고 들었다. 과학을 하면서 미래를 볼 수 있느냐 하는 문제도 중요하다. 이공계를 나와도 연구를 안심하고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줘야 학생들도 과학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한국 사회가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기는 하지만, 그 관심이 학교 점수를 잘 따거나 시험을 잘 치르기 위한 것으로 쏠려 있는 것도 사실이다.

= 그런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시험을 강조하는 분위기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No child left behind the President’(‘뒤처지는 아이가 없도록 하자’(No child left behind)는 부시 정권의 교육정책을 비꼰 것)라는, 냉소적인 비판도 미국 사회에 있다. 아인슈타인의 예를 들어보더라도 그는 학교에서 열등한 학생이었다. 좀더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그는 시험으로 가늠하기에는 너무 위대한 학생이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창의적 프로그램을 끊임없이 만들어내야 한다.

제대로 된 과학 교육은 근본적으로 상상력과 창조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데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호기심과 관심을 창조력과 상상력으로 발전시켜주기 위해 선생님과 학부모들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무엇인가.

= 너무 어려운 질문이다. 우리가 쓴 책을 읽으면 된다. (웃음)

상상력을 키우려면? 우리 책을 읽어라

당신들이 의도하지는 않았을 테지만, 이 시리즈물이 전세계적인 차원에서 어린이들에게 과학을 대중화하는 성과를 냈다. 언론 역시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보는가.

= 좋은 과학책에 대해서는 평론을 제때 해줘야 대중들이 과학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과학을 재미있게 가르쳐서 성과를 내는 교사들을 미디어를 통해 소개해주는 것도 다른 교사들이나 학생들에게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다. 전국 단위의 교사단체가 있다면 그런 단체들에서 교사들이 광범위한 토론을 벌여야 한다.

다음 책은 언제쯤 볼 수 있나. 그리고 그 내용은 무엇인가.

= 2008년에 지구온난화 문제를 주제로 한 12번째 시리즈책을 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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