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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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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프로세스가 바뀐다

등록 2007-03-08 00:00 수정 2020-05-03 04:24

그림자 긴 박원순과 김기식을 이어 사무처장 맡은 김민영씨…“활동가 대신 회원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민생운동 앞세울 터”

▣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참여연대의 새 ‘얼굴’을 3월2일 만났다. 박원순(희망제작소 상임이사)·김기식 전 사무처장에 이어 세 번째 사무처장을 맡은 김민영(41)씨다. 직설적으로 물었다. 전임자들의 그림자가 너무 크지 않느냐고. “함량 미달이죠. 걸출한 지도자들과 비교할 수 있나요.” 대안이 없어 얼떨결에 맡게 됐다며 몸을 낮췄다. 김 처장은 “올 연말 대선에서는 네거티브 방식이 아닌 공약 검증에 주력할 것”이라며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방식으로 시민운동의 프로세스를 바꾸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실제 피해 입은 이해당사자들과 만날 터

시민 곁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얘기는 그동안의 활동 방식에 대한 자성에서 비롯된 것인가.

=참여연대는 2000년 낙선운동을 통해 공신력이 높아졌다. 문제 제기에 무게가 실리면서 보도자료를 내고 기자회견을 하고 국회에 정책 로비를 하는 데 주안점을 두어왔다. 많은 성과가 있었지만, 그러다 보니 정책을 제기하는 이외의 접근 방식은 사장되고 말았다. 민생 문제, 예를 들어 집값, 사교육비, 의료비, 노후 문제 등에는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 현장에서 직접 듣고 의제를 발굴하는 그런 활동을 게을리 한 탓이다.

제도권 언론에 기대는 방식보다는 직접 소통을 강화하려 한다. 온라인상에서 찬반 논쟁을 하면서 우리 주장이 더욱 벼려지는 활동도 많이 해야 한다. 시민과 함께 호흡하는 방식의 시민운동은 대다수 시민운동단체들이 오래전부터 고민해온 과제인데 해결되지 않고 지체돼왔다. 새로 조직을 바꾸는 시점에서 참여연대부터 새로운 실험을 하려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인가.

=이렇게 하면 된다는 구체적인 해답은 아직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단서들은 발견했다. 2월 말에 ‘회원과 함께한 유쾌한 정치토크’라는 행사를 열었다. 40여 명 정도 왔다. 참여연대가 올 연말 대선에서 무엇을 했으면 좋겠는지 다양한 얘기가 오갔다. 보통 대선을 준비한다고 하면 활동가들이 논의해서 결정한 뒤에 회원들에게 참여를 요구하는 방식이었다. 이제는 어떻게 할지 열어놓고 토론하고 의견을 반영해서 대중적으로 운동할 거다. 프로세스가 바뀌는 것이다. 또 실제 피해를 당하는 이해당사자들과 직접 만나려고 한다. 대학의 등록금 문제가 심각하다. 대학생들을 만나 고통을 어떻게 풀 수 있는지 대화하고 일감을 나누는 방식을 시도하겠다. 앞으로 다양한 방식이 많이 나올 것이다.

참여연대는 1994년 창립했다. 2004년 낙선운동까지 줄곧 성장세였다. 그러나 시민들의 지지도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도 있는데.

=답보기라고 본다. 쇠락하고 있다고 하면 참여연대에 기대를 걸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실망하지 않겠나. 회원 수를 보면 2004년까지 꾸준히 늘어 1만 명 정도 됐는데 최근 2, 3년간 정체 상태다.

주로 의제 설정과 운동방식의 문제에서 요인을 찾고 있는데 외부적인 요인은 없다고 보나.

=진보의 퇴조 흐름을 말하는 건가. 진보의 퇴조라기보다는 시대적 과제가 변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 그동안 정치적 민주주의, 권력 부패에 대한 시민운동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제기돼왔다. 그런데 1997년 이후 사회경제적 변화를 시민운동이 수용하지 못했다.

이번 대선에 네거티브 운동이 의미 갖지 못해

어떤 변화를 말하는가.

=민주주의의 의미가 어떻게 확장됐는지에 대해 우리의 인식이 철저하지 못했다. 서민대중의 삶의 문제, 산업구조 변동 과정, 쉽게 말해 양극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데도 이를 전면에 내거는 운동 방식을 만들지 못했다.

그러면 2007년 주요 활동에는 그런 과제들이 포함되는가.

=집값, 사교육비, 의료비 등 가계의 비정상적인 부담이 너무 커졌다. 회원들도 심각하다고 문제 제기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양질의 일자리 문제에도 집중하려 한다. 참여연대의 트레이드마크는 권력 감시였다. 그런 활동도 사회경제 변화 과정에 맞춰야 한다고 본다. 의정 감시 활동도 국회 안에서 기득권을 옹호하는 정책을 펴는 정당이 어딘지, 어떤 의원인지 가리는 방식의 정책 비교 활동을 강화할 생각이다. 반부패 활동도 경제 관료, 건설 관료들이 재벌 위주의 정책을 펴는지, 반서민 정책을 펴는 관료들은 누구인지 실명 감시운동에 초점을 맞추겠다. 권력 감시와 반부패 운동을 계속 벌이되 전반적으로 민생운동을 앞세우는 방식이다.

올 연말에는 대선이 있다. 2004년 낙천낙선 운동을 이어가나.

=직접 후보에 대해 찬성과 반대를 하기는 어렵다는 게 회원이나 상근 활동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후보들의 공약을 제대로 따져보는 활동이 중심이 되지 않겠나. 정책을 정밀하게 검증하겠다. 시민사회 일각에서 제기되는 후보 추천, 지지운동은 참여연대가 선택하기 어려운 방식이다. 2002년 대선을 거치면서 노사모 같은 적극적인 지지운동이 정치적 흐름으로 형성됐다. 이번 대선에서도 다양한 팬클럽이 등장해 활동하고 있지 않나. 네거티브 운동이 의미를 갖기는 어렵다.

올해 참여연대가 주력하겠다는 분야,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한 공공 지출 확대나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해결 등이 대선에 출마하는 특정 정치 세력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이번 대선은 큰 틀에서 우리 사회의 진로를 결정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의 흐름이 꾸준히 강화돼왔다. 10년 동안 양극화가 심해지고 서민들의 삶이 피폐해진 것은 다 아는 얘기 아닌가. 경쟁과 효율만이 최고의 가치라는 신자유주의를 더 강화하는 쪽으로 가는 게 맞는지, 시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 진실인지 따져야 하지 않겠나. 대규모 토목사업, 개발주의 정책이 당장은 국민들의 눈과 귀를 잡아끌 수 있겠지만 그런 방식으로 우리 사회의 재도약이 가능한지 따져보는 선거가 돼야 한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편치 않겠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비슷한 언급을 이 전 시장 후보에 대한 공격이라고 했다. 검증을 이유로 특정 후보를 반대하는 운동을 벌인다는 논란에 휘말릴 수도 있을 텐데.

=검증이 선거에 영향을 끼친다는 선험적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 이 전 시장이 대통령이 된다면 경부운하 프로젝트가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겠나. 비판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환경단체는 생태계 파괴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참여연대는 그런 방식으로 경제 성장이 가능할지, 낡은 방식은 아닌지 물어야 한다. 후보라면 답을 해야지, 그것을 공격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2002년 대선 때도 당시 노무현 후보의 행정수도 공약에 대해 마찬가지 방식으로 임했다. 시민단체뿐만 아니라 언론과 학계도 검증해야 하는 문제 아닌가.

정치권이 말하는 시민사회와 시민운동

열린우리당을 비롯해 범여권이 통합신당을 주장하면서 늘 시민사회를 한 축으로 언급한다.

=시민운동도 이젠 20여 년간 역사가 쌓이면서 배출된 다양한 인사들이 있다. 그 인사와 시민단체 활동가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 열린우리당도 단체를 특정하기보다는 신뢰를 얻은 인사들과의 연대를 얘기하는 것 아닌가. 미래구상에서 활동하시는 분들도 시민운동이라고 하지 않는다. 시민운동 출신 인사와 진보 학계 인사들이 정치운동, 정당 건설 운동을 하는 것이다. 시민운동과는 관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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