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야적 입장’이라 과거 대세론과는 전혀 다르다는 이명박 전 시장…“몇 달 지지도 1위 하니 벌써부터 정치적 음모론 같은 것이 나온다”
▣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역시 대세론의 주인공다웠다. 바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12월8일 서울 조찬 모임을 시작으로 울산, 대구에서 강연과 간담회 등 모두 네 차례의 일정을 소화했다. 덩달아 기자도 바빠졌다. 인터뷰는 밤 10시30분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KTX 안에서 시작해 서울역 맥도널드 매장에서 끝났다. 자정이 훌쩍 넘었다. 이 전 시장은 대세론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면서도 “선진사회를 만들려면 다음 대통령은 1, 2%가 아닌 압도적 지지로 탄생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그런 후보를 당이 만들어내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국운을 융성시키는 리더십을
모두들 대선 주자로 알고 있는데 아직 공식적으로 대선 출마 선언은 하지 않았다. 계획이 있나.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나.
이 전 시장은 지난 10월 이후 대선 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줄곧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 대세론이 더욱 견고해지는 양상이다. 민심의 흐름을 어떻게 보나. 지지자들이 이 전 시장에게 무엇을 기대한다고 보나.
=서울시장을 그만둔 지 이제 겨우 5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서울시장 할 때야 정치인이 아니니 의미가 없고…. 스스로는 시정평가로 받아들였다. 그러니 정치적 평가는 불과 몇 달밖에 되지 않았다.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 국민들께서는 우리 사회가 여러 가지로, 특히 경제가 어려워졌고 사회가 안정되지 못한 채 불안해지니 안정을 추구하는 심리가 있는 것 같다. 강력한 리더십을 요망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는 게 아닐까.
이명박 대세론이 과거 다른 대세론과 차이는 있지만 초반 대세론의 뒤끝이 좋지 않았다.
=과거 대세론은 당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던 시대 얘기다. (이회창 전 총재는) 오랫동안 당권을 쥐고 있었던 입장이고…. 나는 아직 당에 가까이 가지 않았고 당적을 가져본 일도 없다. 어쩌면 재야적 입장이기 때문에 그런 대세론과는 환경과 위치가 완전히 다르다.
역대 두 차례의 대선에서 시대가 요구하는 것과 후보가 제시한 비전이 맞아떨어지는 경우 승리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있다. 1997년엔 민주화와 정권 교체, 2002년 낡은 정치 청산, 즉 정치개혁이라는 시대정신이 승리했다는 분석에 동의하는가. 이 전 시장이 내다보는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과거 대선을 보면 시대적 정신이 일부는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오랫동안 군사정권이 장기 집권하는 가운데 민주화라는 것이 대세를 이루었다. 시대정신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차이가 있을 수도 있는데, 현재 상황은 그때와 다른 시대정신이 요구된다고 본다. 빠른 변화를 추구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에 이런 시대에는 과거에 실물경제를 경험했다든가 실질적 경륜이 요구되고 있다는 것이 큰 특징이고, 국제화 시대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경쟁력이랄까 이것이 크게 요구되는 시대가 왔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국가경쟁력을 경험했던 사람, 그 가운데 국가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를 선진화할 수 있는, 국운을 융성시키는 계기를 만드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한반도 대운하도 제시할 수 있는 여러 공약 가운데 하나로 보는 것이 옳다. 아직 공식적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하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공약을 제시할 위치는 아니라고 본다.
당이 공정한 룰 만들면 따라야
한나라당 경선 방식과 시기에 대해 의견을 표명했다가 최근엔 어떤 것도 상관없다고 했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치르는 게 좋은가.
=방식과 시기는 원칙적으로 한나라당을 믿고 일임한 상태다. 당이 절실히 해야 할 일은 정권을 되찾아오는 것이다. 어느 시기에, 어떤 방식으로 후보를 선출하느냐는 정권을 되찾는 데 중요한 사항이다. 어느 후보에 유리하고 불리한지를 떠나 당의 승리를 위한 방식과 시기를 찾아야 한다. 후보 간에 불협화음이 생기면 국민들이 한나라당을 상당히 실망스럽게 보지 않겠는가. 후보들은 서로 자중자애하면서 화해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당이 공정한 룰을 만들면 따라가야 한다.
한나라당 후보 경선에서 가장 유력한 경쟁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은 지지층에 차이가 난다. 박 전 대표는 전통적 지지층이 중심이고 이 전 시장은 당 울타리 바깥의 지지층도 두터운 것으로 나타났다. 경선에서 이 전 시장이 당선될 가능성이 작거나 독자 출마를 하더라도 승리할 가능성이 클 경우 지지자들이 다른 선택을 강요할 수도 있지 않나. 이 전 시장이 이기면 박 전 대표가 돕겠지만 반대의 경우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렇게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반드시 한나라당 후보로 나가서 상대 당 후보와 경쟁을 하려는 뚜렷한 생각을 갖고 있다. 한나라당이 승리하려면 전통 보수와 중도 보수까지 아울러야 한다. 과거 대선은 전통 보수세력만 갖고 경쟁해서 늘 1, 2% 모자랐다. 이젠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확고한 지지를 받는 정권이 돼야 선진사회를 만들 수 있다. 지난 10년 세월의 난제들을 풀어나가려면 절대적 지지를 받는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 1, 2% 차이로 탄생하는 것보다 절대적 지지로 대통령이 탄생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나. 당은 그런 후보를 만들어 본선에 출마시키는 것이 좋지 않겠나.
이 전 시장의 성과와 장점은 널리 알려져 있으니, 미래를 책임질 정치 지도자 가운데 한 명으로서 자신에게 부족한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오랫동안 정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민적 인지도가 높은데도 농어촌 같은 곳에는 취약한 점이 있다. 정치를 오래 하지 않았다는 것은 단점이지만, 장점도 될 수 있다.
혹시 젊은 사람들 유행어인 ‘훈남’이라는 말을 들어봤나.
=(…) 왜 내가 그런가.
배용준처럼 훈훈한 느낌을 주는 남자라는 뜻이다.
=송강호는?
송강호 닮았다는 얘기를 많이 듣나.
=그건 잘 모르겠는데, 나를 접해보지 않는 사람들은 딱딱하고 효율만 많이 따지는 사람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하는데 사실 알고 보면 그런 것보다 인간적 측면이 더 강한 사람이다. 훈남이라고 하면 정치인 중 가장 가까울 것이다. 접해본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얘기한다. 가족은 물론이고….
관상 나쁘다고? 국민 의식 높아졌다
실례지만 술자리에서 오가는 얘기 한 토막 전하겠다. 이 전 시장이 업적도 많고 능력도 뛰어난데 관상이 좋지 않아 힘들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그렇게까지는 들어본 일 없는데…. 몇 달 1위 한 것에 대한 거부적 반응이 많은 것 같다. 벌써부터 네거티브한 것이 나오기 시작하고, 정치적 음모랄까 여러 가지가 나온다. 예를 들어 만기 제대한 아이가 군대를 안 갔다든가, 사생활 문제가 있다든가…. 종교인 입장에서 스스로 그렇게 평가하기는 뭣하지만, 나는 한국 지도자가 갖춰야 할 평균적·도덕적 기준보다는 높은 수준의 생활을 해왔다고 자부한다. 심지어 역술가들이 뭐라고 한다든지 이런저런 얘기들이 많은데, 우리 국민 의식이 높아져 이젠 네거티브 정치가 통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기업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국제적인 최고의 기업가들과 경쟁하면서 서로 배우고 발전해나가는 것이 몸에 배어 있지 서로 끌어내려서 자기가 승리하고자 하는 세계에는 익숙지 않다. 낯설지만 국민의 이해와 지지, 높아진 정치 의식, 여기에 희망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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