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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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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높이 리더십이 승리했다”

등록 2007-01-04 00:00 수정 2020-05-03 04:24

다큐멘터리 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장외룡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방출된 무명 선수로 2005년 K리그 우승… “커뮤니케이션 통한 자율이 중요”

▣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다큐멘터리 영화 한 편이 조용한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 프로축구단이 2005년 창단 2년 만에 정상의 자리에 오르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감독 임유철)이 그것이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방출된 무명 선수가 주축이 된 시민 프로축구 구단으로, 2005년 당시 ‘전·후기 통산 1위’와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냈다. 영화계 집계를 보면 상영관을 많이 확보하지 못한 은 그동안 2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았다. 다큐멘터리 흥행 신기록도 예상된다. 은 돌풍의 이면을 꼼꼼히 담아냈다. 훈련 도중 골대를 옮기는 데 힘을 쓰지 않는다고 외국인 선수에게 육두문자를 날리는 한국인 선수가 등장하는가 하면, 무명 시절 자신을 쫓아낸 팀과의 일전을 앞둔 선수들의 눈물이 클로즈업된다. 주연배우라고도 할 수 있는, 돌풍의 주역 장외룡(47) 감독을 12월29일 오후 인천문학경기장에서 만났다. 그는 인터뷰 전날 구단 쪽과 ‘영국 프리미어리그 유학 1년을 포함해 3년간 재계약’을 맺었다.

선수와 감독은 동업자

영화 에 2만 명 이상의 관객이 들었는데 다큐멘터리로서는 상당한 흥행이다. 흥행 요인이 무엇이라고 보나.

= 전문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가 아닌 점이 요인이 아닐까. 순수성이라 할까. 그런 게 내면에 있는 것 같다. 살기 힘든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점도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축구 얘기이긴 하지만, 소외받는 이들에게 이 영화가 작은 희망이 됐으면 한다.

촬영팀이 1년 내내 쫓아다닌 것이 힘들지 않았나. 왜 촬영을 허락했나.

= 축구를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런데 찍다 보니 촬영팀이 욕심을 낸 것 같다. 당시 우리 팀이 점점 승률이 높아져 계획대로 들어맞으면서 돌풍을 일으키니까 진짜 극적인 요소들이 더해진 것이다. 젊은 감독의 번뜩이는 재치도 있었다고 본다. 촬영팀이 라커룸이나 그라운드에까지 들어왔다.

영화를 보면 2005년 당시 전기 리그 7승4무2패를 정확히 예측한 부분이 있는데 어쩌다 맞힌 것인가.

= 우연도 작용했을 것이다. 당시에 플레이오프 진출이 목표였는데 2004년 후반기에 감독대행을 하면서 상대팀을 분석한 내용을 가지고 예상한 것이었다. 나름의 분석이 이뤄진 수치였다.

스토리 자체가 극적이어서 영화를 찍으면서 연출이 필요하기도 했을 것 같다.

= 사실 연출을 한 번 시키긴 했다. 라커룸에서 선수들한테 절하는 모습을 찍지 못해 연출을 시켰는데 도저히 안 되겠더라. (웃음)

라커룸에서 선수들한테 절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선수와 감독은 동업자다. 이기기 위한 마음은 선수와 감독이 똑같다. 가지고 있는 모든 역량을 그라운드에 쏟아놓고 경기가 끝난 뒤에는 승패에 따라 일희일비할 게 아니라 서로 존중해줘야 한다.

팀을 이끄는 리더십이 독특한 것 같다. 선수들의 수준에 철저히 맞추는 ‘눈높이 리더십’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겠다고 결심한 배경이 있나.

= 나 자신이 한국에서 선수와 지도자 생활을 다 해본 경험이 있지만, 한국 축구 선수들의 가장 큰 문제는 억압된 상황에서 축구를 한다는 점이다. 일본에서 돌아와보니까 선수들이 여전히 상명하복의 위계질서를 유지하고 있었다. 선배만이 지시와 전달을 했다. 그러나 프로의 세계에서까지 그렇게 하면 창의성이 생기지 않는다. 일본에서 지도자 교육을 받으면서 느낀 점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지도와 자율적인 분위기의 중요성이다. 지도자의 솔선수범도 중요하다.

그런 원칙으로 팀을 운영하면서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나.

= 그렇다. 선수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확인했다. 창의적인 플레이, 노력하는 분위기, 커뮤니케이션의 활성화 등이 상당한 수준으로 이뤄졌다.

1년만 반짝 효과를 본 이유

2005년 성적과 2006년 성적을 비교하면 너무 차이가 난다. 2005년에 그야말로 비상했지만, 2006년은 전·후기를 통합해 14개 팀 중에서 9위를 차지했다. 1년만 반짝 효과를 본 것 아닌가.

= 어떻게 보면 예견된 결과다. 우리 팀이 괄목상대하게 되니까 성장한 선수들이 눈에 띄게 됐다. 2005년 팀을 이끌었던 중심 선수 5명이 타 구단으로 스카우트됐다. 그들 5명이 2005년 전력의 80% 정도를 차지했다. 고전을 예상했고 결국 예상대로였다. 그 공백을 1년 만에 메울 수는 없었다. 그래서 단기 승부인 컵대회에서 우승할 것을 목표로 삼았는데 4강까지 진출하고 더 이상 나가지 못했다. 올해 후기 리그에서는 플레이오프에 근접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목표치에 다가갔다고 생각한다.

추구하는 축구 스타일이 있나. 일부에서는 특별한 색깔이 없다고도 하는데.

= 우리 팀은 선수 구성 특성상 전원이 공수에 걸친 플레이를 빠르고 원활하게 하지 않으면 상대팀에게 이기기 힘들다. 기본에 충실해야 가능한 일이다. 기술·체력·전술 등 모든 면에서 기본에 더 충실해져야 한다. 선수들에게 ‘축구 내외적인 면에서 항상 기본을 지켜라’는 얘기를 한다. 미드필드 장악과 빠른 공수 전환을 통해 상대방과 경합하는 축구를 좋아한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유학이 결정됐다. 유학을 왜 가는지, 왜 영국이어야 하는지를 설명해줄 수 있나.

= 우선 앞으로 더 나은 국제적 지도자가 되기 위해 언어 장벽을 없애고 싶다. 거기에 더해 프리미어리그가 현재 세계에서 가장 활성화된 프로 리그라는 점도 작용했다. 톱 리그의 팀 운용 현장을 보고 싶다. 클럽의 전반적인 시스템도 점검해보고 싶다. 클럽 소속의 유소년 축구팀을 가르치고 싶은데 잘될지 모르겠다.

한국 프로축구가 여전히 문제가 많은데 일본 시스템을 경험한 이로서 어떻게 비교할 수 있나.

= 우리는 근본적으로 기초나 기본이 형성되지 않았다. ‘진정한 클럽화’를 하려면 유소년 육성이 되어야 한다. 일본은 유럽의 클럽문화를 받아들여서 프로축구팀 하나만 만들지 않고 유소년축구팀, 청소년축구팀, 청년축구팀 등 피라미드 구조로 만든 뒤 지역에 토착화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은 프로축구 도입이 군부독재 시절에 정권의 필요에 따라 이뤄졌다. 어려운 시절을 스포츠로 돌파하려 한 것 아닌가. 첫 단추를 잘못 뀄다.

최종 지도자 생활은 어린이 축구단에서

최종 목표는 어린 선수의 육성이라고 밝힌 적이 있는데.

= 세계 어느 나라에서 축구 전문가들이 오더라도 그들이 한목소리로 말하는 사실이 있다. 바로 한국 어린이들의 축구 자질이 엄청나게 뛰어나다는 것이다. 어느 아시아 축구선수와 비교하기 힘들다고 한다. 그런 어린 선수들을 키우는 게 기본이 되어야 한다.

최종적인 지도자 생활도 결국은 어린이 축구단에서 하고 싶다는 얘기인가.

= 그게 베스트다. 선수생활을 끝내고 지도자를 하려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처음부터 큰 팀을 맡을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유소년팀을 맡아서 지도자로서의 역량과 가능성을 미리 측정해봐야 한다. 어린이를 가르쳐본 사람이라야 진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검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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