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진환 기자 한겨레 온라인 뉴스팀 soulfat@hani.co.kr
새해 벽두, 싸이월드 ‘광장’에 심상찮은 사모곡이 하나 올라왔다. ‘글을 꼭 읽어달라’는 제목만 보고 흔하디흔한 호소문이겠거니 생각했던 누리꾼들이, 글에 담긴 진심 어린 ‘회한’에 하나둘 격려의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글을 쓴 남윤광(24)씨는 23번째 자신의 겨울이 유난히 매섭다며 글을 시작했다.
“저는 지체 1급 중증 장애인입니다. 근육병의 일종인 ‘척수성 근위축증’(SMA)이라는 희귀난치병을 앓고 있습니다. 누군가 도와주지 않으면 아주 사소한 것도 할 수 없는 그런 저를 위해, 23년간 밤낮으로 손발이 되어 주신 분이 저의 어머니입니다. 눈이 오든 비가 오든 10여 년을 일반학교에 매일 등하교시키시며, 10살 전후로 대부분 사망한다는 병을 가진 저를 지금까지 지켜주셨습니다. 세상 어떤 말로도 설명이 부족한 제 ‘어머니’가 지금 아프십니다. 지난해 4월 ‘대장암 4기’ 진단을 받으신 뒤 지금까지 인천의 한 대학병원에서 항암 치료를 받고 계십니다. 제가 그 시시콜콜한 감기 한 번 걸리면 하루 종일 곁에서 전전긍긍하시던 분이, 정작 자신은 저렇게 아플 때까지 아무것도 모르셨나 봅니다. 지금껏 고생만 시켜드리고 못나게 굴었던 제 자신에 대해 용서를 구해야겠습니다. 어머니를 살려야겠습니다. 저희 가족이, 저와 제 어머니가 이겨낼 수 있게 힘을 주세요.”
4년 전, 남씨네 가족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었다. 어머니 최재례(50)씨의 억척스런 보살핌 때문인지, 2003년 남씨는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부에 당당히 합격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이후 그는 학내 장애인 인권운동에 앞장서기도 하고, 경제학과에 진학해 착실히 사회 진출도 준비했다. 하지만 잠시 잊었던 시련이 다시 그의 가족을 찾아왔다. 2005년부터 남씨의 척추가 점점 더 휘어져 호흡이 곤란해질 정도가 됐고, 그는 주변의 도움으로 그해 말 가까스로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잘됐지만 불과 몇 달 만에 다시 어머니의 암에 맞서야 하는 처지가 됐다. 아버지 남우현씨는 집안의 두 중환자를 돌보느라 이미 직장을 접은 상태다.
남씨는 싸이월드 광장에 글을 올린 며칠 뒤 다시 그곳에 감사의 글을 남겼다. “며칠 뒤 어머니가 잠시 퇴원해 집으로 오시면 여기 달린 모든 댓글을 꼭 보여드리려 합니다. 그 많은 응원 글들이 어머니에게 엔도르핀이 되어 몸속 암덩어리를 물리치는 데 큰 힘이 되리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남윤광씨 이메일 loveyk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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