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font color="red">쌩얼</font>[ssaeŋ∂l] 명사.
인터넷 포털 네이버에서는 12월14일부터 네티즌을 대상으로 10대 뉴스를 뽑고 있다. 지금까지 집계된 바로는 인터넷 신조어 부문에서 화장을 하지 않은 맨얼굴을 일컫는 ‘쌩얼’이 1위를 차지했다.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던 ‘쌩얼 사진’에서 유래했으며, 유재석이 안경을 벗고 카메라를 바라보며 말해 유행시켰다. 자신은 매력 있다 여기지만 사실은 ‘쌩얼’의 순간이 유일한 유재석의 ‘비호감’ 순간일 것이다.
2위는 ‘안구에 습기 차다’는 말로 눈물이 난다라는 뜻인 ‘안습’이다. ‘캐안습’이라는 말로도 많이 활용되는데 ‘캐’는 ‘캐발랄’ ‘캐난감’ 등에 붙는 일종의 접두사다(‘개’에서 나왔다는 설이 유력하지만 그보다는 발랄한 느낌). 3위는 ‘썩은 미소’의 준말인 ‘썩소’. 디지털카메라와 동영상의 ‘순간 포착’이 만들어낸 기술용어다. 4위는 ‘급하게’라는 뜻의 어디든지 붙는 접두사 ‘급’으로 인터넷 시대의 ‘빠른 속도 주의’를 옹호하는 말이다. 5위는 유명인들이 민망한 처지에 빠졌을 때(또는 민망한 장면을 포착하고는) 말하는 ‘~의 굴욕’으로 ‘썩소’를 포착하던 그 기술이 함께 만들어냈다. 6위는 호감의 반대말 ‘비호감’, 7위는 허영에 찬 여자인 ‘된장녀’, 8위는 사람 앞에 붙여서 ‘완전 소중’이라는 뜻을 더하는 ‘완소’이다. 9위 ‘훈남’은 마음을 훈훈하게 만드는 남자라는 뜻으로 처음에는 ‘꽃미남’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쓰였다. 하지만 마음을 훈훈하게 만드는 남자는 결국 ‘꽃미남’이었던지 ‘꽃미남’의 하위개념으로 쇠락해가고 있다. 10위는 인터넷에 음란물을 유포시키다 검거된 ‘김본좌’다. ‘본좌’는 무협지 등에서 자신을 높여 이르는 말인데 요즘에는 ‘1등’을 의미하는 말로도 쓰인다.
인터넷 신조어는 주로 성격이 급해서 생긴 말이다. 두 자로 글자를 무조건 줄인다 하여 ‘투글족’이라는 말도 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는 ‘완전대략난감캐안습’으로 늘인다. 인터넷 신조어 외에 일상생활에서 만들어진 신조어는 뭐가 있을까. 신기하게도 문자언어가 생활언어를 지배하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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