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봉[bong] 명사.
봉황을 줄여 부르는 말. 하지만 “넌 봉이야”라는 말을 듣고는 기분이 나빠지는 것에는 “넌 봉황이야”라는 말로 알아들어서는 아니다. 여기서의 봉은 쉽게 속는 사람, 힘이 없어서 돈을 바치는 사람을 말한다. 예) 생일 앞둔 사람이 친구에게 “이번에 을 하나 사달라고 했어. 걔 봉이야~”. 친구 왈 “봉 너무 잘 잡았다야”. 코미디 프로그램( ‘남과 여’)에서 “있을 때 잘해. 난 봉이야~”란 말을 최양락이 팽현숙에게 할 때만 해도 이렇지는 않았다. 봉이란 단어는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지금은 최악이다.
‘봉이야’는 원래 호가 봉이(鳳伊)인 김선달(金先達)에서 나왔다는 설이 우세하다. 김선달이 시장을 지나다 닭장을 보았다. 그는 주인에게 닭장 안의 유달리 크고 모양이 좋은 닭 한 마리를 가리키며 “봉이 아니냐”고 물었다. 닭장수는 처음에는 아니라고 하다가 김선달이 어수룩하게 구니 ‘봉’이라고 뻥을 치고는 비싼 값에 판다. 김선달은 닭을 원님에게 봉황이라며 바치고 원님은 자신을 놀리냐며 김선달의 볼기를 치고 김선달은 원님에게 닭장수가 어쩌고저쩌고 고자질해 닭장수한테 많은 배상을 받았다. 김선달이 봉과 얽힌 이야기는 또 있다. 시골 동네를 지나던 김선달이 좋은 닭을 보고 값을 두 배로 쳐 산다. 그러고는 주인에게 “흥정이 끝났으니 하는 말인데 이건 닭이 아니라 봉황이오. ‘닭이 많으면 그 속에 봉황도 섞여 있다’더니 시골이라 여태 알아본 사람이 없었나보오”라고 말하고 이 말은 시골 장터에 퍼져 시골 유지가 비싼 값에 사더라는 이야기다. 김선달의 호는 그래서 ‘봉이’요 당한 사람은 ‘봉’ 됐다.
김선달의 일화에 이런 것도 있다. 배고프던 차에 가게에 가서는 옷을 가리키며 이게 무엇이오 해서 “오시오” 잣을 가리켜 “자시오” 다 먹은 뒤 갓을 가리켜 “가시오”란 말을 듣고 줄행랑을 쳤다. ‘외환은행 매각 비리’ 중간 수사 결과가 나왔는데 아무래도 김선달한테 당한 듯하다. 론스타가 기웃거리니 오시라고 하고는 그냥 자시라고 하고 그 뒤 가시라고 한다. ‘봉’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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