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내복[naebok] 명사. 內服.
속에 입는 옷. 속옷의 한자말이나, 속옷 중에서도 겨울에 특별히 입는 ‘긴팔 쫄티’와 ‘쫄바지’ 형태의 옷을 주로 가리킨다.
대학생 취업이 어려워진 때 첫 월급을 타는 사람은 많지 않으나, 첫 월급 타면 빨간 내복을 선물한다는 풍습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지식in’에는 첫 월급에 빨간 내복을 사주던 풍습에 대해 “자식이 첫 월급 받을 때쯤 되면 부모님들은 쇠해지셔서 보온이 필요해진다. 부모님 등골 빼먹고 사신 분들, 올겨울엔 빨간 내복 선물을 여친 말고 부모님께.” “눈에 잘 띄는 빨간색으로 자식이 사준 내복을 자랑하고 싶었을지도…”라고 이야기한다.
속옷 사업 관계자는 “(1950년대) 내복 출시 초창기에는 그 가격이 쌀 한 가마 값과 비슷했다. 비싼 제품의 대명사로 통해 선물용으로 제격이었다. 부모님의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도 함께 담고 있기에 인기를 끌었다. 첫 월급을 탈 무렵이 겨울철이라 내복이 선물용으로 많이 팔렸을 것”( 2003년 12월1일)이라고 말한다.
빨간 내복은 ‘과학기술’이 낳은 신기술 발명품이었다. 1938년 스타킹이 나일론 제품으로 처음 나온 뒤, 석유화학 기술로 섬유를 만들어내는 사업이 발전했다. 빨간 내복은 나일론 중에서도 ‘엑슬란’이라는 일본 회사의 상품명이었다. 겨울철에 빨래하기 쉽고, 잘 마르고, 여름 한철 보관해도 벌레가 먹지 않으니(석유화학 제품이므로) 신식 발명품은 면내의 ‘메리야스’를 누르고 각광받았다. 하지만 땀 흡수가 잘 안 돼 피부병이 도드라졌다. 나일론 내복은 1980년대 ‘이중보온’ ‘삼중보온’ 기술 내복에 밀렸다. 결국 내복 자체가 난방 시설이 잘되는 건물들이 늘어나면서 한파 필수품, 겨울 쇼핑 목록에서 사라졌다. 그런데 내복이 강남에서 부활했다는 소식이다. 조기 유학생이 급증하면서 유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이 자녀들의 겨울나기를 위해 내복을 찾거나 필드에서 골프를 즐기기 위해 초겨울 바람막이 옷 대용으로 찾는다고 한다( 2006년 11월15일). 에너지 관리공단은 강남 아주머니들에게 실내에서도 내복을 입으라고 권한다. 전 국민이 내복을 입고 난방 온도를 3도만 낮추면 1조3천억원의 난방비를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근데 내복값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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