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물러서지 마라!” 맥박은 두근두근, 가슴은 콩닥콩닥 뛰기 시작한다. 에서 으로 이어지는 삼국시대 장수들의 종횡무진 활약에 빠져들고 있을 무렵, 어디서 많이 듣던, 이제는 좀 그만 듣고 싶어지는 노장의 일성에 분위기가 깨지고 말았다. 화제의 주인공은 영원한 2인자 우리의 JP! 그는 “충청도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결정된다”고 외치며 오랫동안 고이 접어왔던 ‘핫바지’를 차려입고 분연히 떨쳐 일어나셨다. 그의 첫 행보는 이제는 ‘학실히’ 나이가 들어 보이는 옛 동지 YS!. 그 둘은 “세월이 하 수상한데” 밥 한 끼 먹자고 회동에 나서다, 그러면 “세상이 정말로 수상해진다”는 주위의 만류를 받아들여 한 타임 쉬었다고 한다. 영원한 2인자의 굳게 닫힌 봉인을 풀어낸 것은 ‘한때는 1인자’ DJ 선생의 ‘무호남 무국가’(無湖南 無國家) 신공(神功)! 분위기가 후삼국스럽게 진행되던 무렵 흘러간 ‘대쪽’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복귀설도 흘러나오는데, 이건 완전히 춘추전국이 아닌가!
내공 하면 나도 질 수 없다! 뜬금없이 흥분한 것은 칼잡이 검찰이었다. 검찰은 론스타 관련자들의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자 강호의 최절정 고수도 웬만하면 꺼내들지 않는 무협 최고의 비급을 꺼내들었다. 이름하야 배째라 검법! 그들은 “(법원이 이대로 나가면) 론스타 수사를 조기에 종결할 수도 있다”며 사실상 태업을 선언했다. 말은 멋있어 보이지만 한마디로 줄이자면 “수틀리니 배째자”는 것인데, 이쯤하면 막가자는 거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법원이 마음에 안 들어도 ‘입법은 국회에서, 행정은 정부에서, 사법은 법원에서’가 우리가 초등학교 4학년 사회 시간부터 틈만 나면 배워온 민주주의 3권 분립의 원칙 아니던가. 빼든 칼 쪽팔리시다면 썩은 무라도 빨리 베시고, 수사에 집중해주시기 바란다.
그들이 왜 옷을 안 벗는지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그들은 맘대로 배째고도 별다른 내상을 입지 않는 몇 안 되는 최대 권력 집단이다. 경찰은 얼마 전 대입 특기자 부정입학 비리 수사를 벌였는데, 전·현직 검사 자녀의 경진대회 대리 출품 의혹 정황을 확보하고도 단 한 차례 출석조사에 그쳤고 사건은 끝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서울시교육청 김아무개(51) 연구관이 경진대회에 대리 출품했다고 실토한 출품작 16건 가운데 7건이 전·현직 검사 자녀의 것이었는데, 경찰은 수사에 걸려든 검사 사모님들만 공소시효 만료, 증거 부족, 진술 불일치 등의 이유로 사법처리 대상에서 뺐다. 검찰은 당연히 “확인된 혐의가 없다”고 밝혔다. 전·현직 검사의 사모님들은 “조사를 받으라”는 경찰의 소환 요청에 배째라 하고 있다가, 사건이 검찰로 소환된 뒤 경찰에 찾아와 “그런 일 없다”며 다시 배를 쨌다고 한다. 경찰은 이들을 감싸주려 기자들 앞에서 “고위 공직자 자녀는 없다”는 뻥까지 쳤다. 다른 학부모들은? 짜증나니까 그만 얘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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