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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넌센스] 아메리카 형제들은 용감했다?

등록 2006-11-18 00:00 수정 2020-05-03 04:24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다. 좋은 소식은 다니엘 오르테가가 니카라과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것이다. 나쁜 소식도 오르테가가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것이다. 16년 전, 그들의 퇴장은 아름다웠다. 1990년 오르테가가 이끄는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이 혁명으로 잡은 권력을 선거로 내주었을 때, 그들은 민주주의 형식마저 존중함으로써 인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아름답게 장식했다. 칠레 아옌데 정권의 비통하지만 아름다운 최후처럼 그들의 마지막도 억울하지만 아름다웠다. 하지만 오르테가의 재등장은 그때만큼 아름답지 못하다. 얼마 전 니카라과 의회는 ‘모든’ 종류의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여성이 죽어나도 낙태는 안 된다는 말씀. 심지어 낙태한 여성과 낙태를 시술한 의사는 최고 30년형에 처해진다. 민중의 호민관을 자처하는 오르테가가 그 법에 찬성하다니, 정말로 이런 법이 어디 있나. 정말로 세계는 요지경이다. 낙태 금지에 찬성하는 좌파라니, 정말로 넌센스다. 서로를 죽도록 미워하는 오르테가와 부시는 탯줄을 붙잡고 만난다. 오르테가와 부시가 서로의 손을 잡고 외친다. “낙태 금지 만세!” 빈 라덴도 부시의 왼손을 잡고 “낙태 금지 만세”를 외친다. 그리하여 마초들의 인터내셔널!

가문의 영광은 총구에서 나온다? 쿠바의 카스트로 가문, 니카라과의 오르테가 가문에는 공통점이 있다. 형들은 최고 권력자, 동생들은 최고 군사령관이라는 점이다. 피델 카스트로의 동생 라울 카스트로, 다니엘 오르테가의 동생 움베르토 오르테가, 우연히도 그들은 ‘국방위원장’을 지냈거나 역임하고 있다. 물론 그들이 조선의 국방위원장처럼 낙하산 인사는 아니다. 동생들은 일찍이 형들과 함께 혁명에 투신해 혁명의 성공에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 그래도 진정한 민중의 호민관이라면, 형제가 권력을 나누어 갖지는 않는다. 오늘의 쿠바에서, 어제의 니카라과에서 형이 1인자, 동생이 2인자라니, 좀 남세스럽다. 이건 의 백호파 가문과 너무 비슷하지 않은가 말이다. 백호파도 형이 조직의 1인자, 동생이 2인자 아니었던가. 쿠바판 , 니카라과판 에는 카메오도 출연한다. 저기서 나도 군인 출신이라고, 쿠데타에 실패한 경력도 있다고,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가 목놓아 외친다.

그래도 좋은 소식이 있다. 북아메리카에서 ‘굿 뉴스’가 날아들었다. 인류의 안녕을 위협하던 또 한 명의 국방장관은 마침내 ‘팽’ 당했다. 도널드 럼즈펠드의 사임을 형 같은 딕 체니 부통령도 막지 못했다. 그렇게 형제는 용감하지 못했다. 남미의 형들과 달리 북미의 형은 동생을 지키지 못했다. 정신의 형제는 아버지 부시에 이어서 아들 부시까지 대를 이어 충성했건만 이제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하지만 형제애가 없는 나라, 너희 나라 좋은 나라! 형제애가 뜨거우면 지구촌에 전쟁이 터지고, 전쟁이 터지면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 인류의 건강에 해롭다. 하물며 잘못된 부자의 정은 인류의 평화를 위협한다. 가까운 조선과 머나먼 아메리카를 보라. 그나마 형제가 망친 나라, 자매가 바로 세운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부 장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당적을 뛰어넘는 뜨거운 자매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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