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김현영 동덕여대 강사
얼마 전 비가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으로 뽑혔다. 그는 아시아판 표지사진의 주인공이자,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광고모델이며, 칸이 인정한 ‘세계적’인 박찬욱 감독의 신작 영화의 히로인으로 첫 영화 주연을 맡았다.
“한국인으로서 세계에 인정받으라”
데뷔 초기만 해도 그의 가능성에 고개를 갸웃하던 사람들은 이제 비의 잠재 성장률이 현재까지 한국의 그 어떤 연예인보다도 높다는 데 이의를 달지 않는다. 오히려 국민국가의 경계를 넘어서는 초국가적 기표가 되는 일이 ‘아시아인’에게도 가능하다는 것이 한국인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가 제3세계 사람들을 점점 더 가난하게 만들고 있다는 수많은 경고들에도 불구하고, 세계화가 더 큰 시장과 더 큰 가능성을 열리게 하는 것으로 설득하는 데 비는 매우 적합한 인물인 것이다.
그럼에도 스타가 된 비는 오만함이라는 인격적 추락을 보여주지 않고 여전히 겸손하다. 자신의 성공에 도취되어 그 자리를 지키려고만 하는 보수적인 태도도 보여주지 않는다. 자수성가한 스타인 비는 민주주의가 약속한 평등한 기회에의 약속이 여전히 실현되고 있으며, 노력하는 만큼 보상이 주어진다는 지속 가능한 자본주의에 대한 기대를 유지시킨다. 흥미롭게도 비의 이런 장점들은 우리가 선한 미국인들에 대해 알고 있는 장점들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평등한 기회와 다양성의 공존, 그리고 노력과 재능에 따른 보상은 아메리칸드림이 여전히 유효했던 시절에 미국이 약속했던 가치들이었다.
비는 “미국 가면 저도 평민이에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본인은 한국에서 귀족이라고 생각했던 거냐고 네티즌들은 분노에 차서 되물었다. 이 해프닝은 그의 성공이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한국인’으로서 (미국으로 대표되는) 세계에서 인정받기를 원하는 대중심리를 드러낸다. 이렇게 대중이 그가 한국인이라는 걸 잊지 말 것을 주문하는 동안, 언론은 그가 세계적인 인지도를 확보하는 성공을 거두면 한국인 모두의 이미지가 상승될 것이라는 기대를 부풀린다. 전문가들은 비가 ‘진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미국 시장에서 인정받아야 한다는 충고들을 던지기도 한다. 이 모두가 세계화를 더 많은 기회와 가능성으로 인식하고 한국적인 것을 경쟁력 있게 만들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공정한 게임이라는 전제하에 이루어지는 이야기들이다. 그 안에는 국적과 인종적 차이에 따른 사회적 차별에 대한 인식도, 세계화의 기준을 독점하는 미국에 대한 비판도 존재할 수 없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결과로 예측되는 한국의 의료, 교육, 문화, 농업 등에서의 지각변동에 대한 경고들은 너무 진지하고 너무 구조적이고 너무 정치적인 문제라고 외면되고 있다. 국가 간, 인종 간, 성별 간의 차별과 같은 정치적인 사안들은 몇몇 입지전적 인물들의 눈부신 성공의 빛에 가려진다. 그러나 비의 개인적 성공 여부에 대한 광범위한 관심은 그가 미국이라는 제국에 도전해 세계를 정복하고자 하는 범아시아적인 욕망의 결정체이자, 현실의 자신을 잊게 만들어주는 투사(projection) 대상으로 삼으려는 모종의 ‘정치적’ 관심이다.
성공의 끝은 할리우드 배우와의 연애?
그는 월드 투어를 시작하는 이번 4집에서 “아직은 쉴 때가 아냐 힘들었던 땔 잊지 마”()라고 노래하며, 하면 된다는 개발독재 시대의 낡은 구호를 환기한다. 그의 성공이 빛날수록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들은 게으르고 재능 없는 패배자라고 자책하게 될 것이다. 이 성공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비가 성공해서 할리우드 여자 배우와 연애했으면 좋겠다는 동료(남자) 가수들의 농담처럼, 제시카 알바 혹은 스칼렛 요한슨과 사귀는 것인가. 아니면 쌍꺼풀이 없는 눈의 아름다움을 널리 전파하는 것인가. 여기에서 세계화란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한 생각을 요한다는 김은실의 지적을 다시 한 번 새겨볼 필요가 있다. 비의 성공은 ‘우리’의 성공이 아니다. 더구나 그의 성공이 아시아를 타자화하고 자국의 기준을 절대화하는 미국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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