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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넌센스]“검찰 잘한다”고 말하고 싶은데…

등록 2006-11-10 00:00 수정 2020-05-02 04:24

▣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이건 한마디로 코미디입니다.” 체포 영장이 기각된 직후 검찰 수사기획관은 허탈한 듯 말했다. 이런 경우 피의자 인권을 앞세우는 기자들은 대개 영장 발부에 신중한 법원 편을 드는 쪽이다. 그런데 이 경우, 진짜 난감하다. 우리의 주인공은 외환은행을 헐값에 넘겨받아 수조원대의 차익을 집으로 빼돌리기 직전에 꼬리가 잡힌 ‘반칙왕’ 론스타. 검찰은 외환카드 감자설을 퍼뜨려 주당 6700원 하던 주가를 3분의 1 수준으로 폭락시켜 226억원의 이익을 챙긴 혐의로 론스타의 고위 임원들에 대한 체포 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자존심에 흠이 난 우리의 검찰! 증거 자료를 보충하지 않은 채 영장을 재청구하는 ‘배 째라’ 신공을 선보인 데 이어, “사건의 진실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으면 법원도 책임져야 한다”며 안토니오 이노키 이후 누구도 보여준 적 없는 ‘코브라 트위스트’까지 선보이셨다. 검찰 잘한다! 박수라도 쳐주고 싶은데, 궁금한 거 하나! 지난 수십 년 동안 재벌 앞에만 서면 졸전을 면치 못하던 검찰, 앞으로도 그 기량 유지할 수 있으신지.

그는 억세게 재수 없는 사나이처럼 보였다. 청송감호소에서 탈옥했다 검거된 이낙성씨. 그의 탈옥 과정은 차라리 잘 만들어진 한 편의 코미디 드라마였다. 감호소에서 그가 저지른 죄는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담요 없이 앉았던 일뿐. 가난한 그의 항문은 이상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고, 치핵 제거를 위해 안동의 한 병원에서 엉덩이를 까고 말았다. “제가 원래 탈옥할 마음이 없었거든요.” 병실을 지키던 간수들은 깊은 잠에 빠졌고, 그는 어느 틈엔가 병실을 몰래 빠져나온 자신을 발견했다. 탈옥 뒤 전국의 중국집을 돌아다니며 넉 달째 성실한 삶을 살고 있는 이씨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져온다. “진작 말해줘야지!” 이씨는 눈물을 흘렸다. ‘청송감호소 역사 속으로!’ 감호소는 폐지됐고 이씨의 동기들은 두부 먹으며 정문을 통과했다. 치질은 사후관리가 중요하다던데, 급히 도망치다 실밥 터져 후유증으로 고생하지 않으셨을까.

처음 시리즈가 시작됐을 때 그 남자를 주목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성매매 전도사’ 김충환 한나라당 의원. 그는 올해 여성가족부 국감에서 ‘짙은 안마’ 유행어를 대히트시키며 성매매 3종 세트를 완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2004년, 그는 성매매 특별법의 부작용을 우려하며 “성매매를 완전히 중단시킬 경우 30살을 전후한 결혼 적령 시기까지 성인 남성들이 12년 동안이나 성관계를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진다”고 말했고, 2005년엔 “성매매를 금지할 바엔 자유연애를 통해 성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국가에서 정책을 마련하라”고 외쳤다. “여자가 남자의 해결 도구냐”며 여성단체들이 흥분했고, “대체 우리를 뭘로 보냐”며 남성들도 흥분했다. 2006년, 그는 유사 성행위로 관심 범위를 확장했다. “유사 성행위를 성행위로 보지 말고, 안마를 좀 짙게 하는 것으로 파악해 단속을 재고할 수 없겠냐!” 이름하여 ‘짙은 안마’! 김충환의 엽기 시리즈는 내년에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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