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아마도 그는 어지러운 세상을 한마디 말로 평정하고 싶었던 고독한 하이에나였는지도 모르겠다. 10월19일 전남도 교육청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피감기관 증인으로 채택되신 윤영월 광주 서부교육장은 임해규 한나라당 의원의 질의가 시작되는 순간 느닷없는(!) 사자후를 토해내 국감장을 얼어붙게 만드셨다. 대략 “X놈의 XX야!”로 번역돼 다음날 조간신문에 소개된 그의 일성을 원문 그대로 옮기자면 “썅놈의 새끼야!”가 된다. 흥분한 의원들 CCTV를 돌려 범인을 색출하신 데 이어 윤 교육장을 국회 모독 혐의로 서울 남부지검에 고발했다(안건은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인생 고달프던 50대 아주머니는 한류 스타 ‘욘사마’도 좀처럼 오르기 힘들다는 ‘네이버’ 인기 검색어 순위에 이름을 걸치는 기염을 토하셨는데, 이날 해프닝의 화룡점정은 사뿐하기까지 한 네티즌들의 반응이었다. “멋지다 교육장, 윤영월 파이팅!”
전직 청와대 홍보수석은 “억울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중학교를 졸업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한 번쯤 외워봤을 그 이름 조병갑! 그는 이따금 TV토론장에 나와 노무현 대통령을 적극 변호했던 조기숙 전 홍보수석의 증조부라고 했다. 중학교 2학년 때던가, 성격 특이하던 국사 선생님은 무려 5점이 걸린 2학기 기말고사 주관식 문제에 ‘전봉준’ 대신 탐관오리 ‘조병갑’을 묻는 만행을 저질러 일본군의 기관총 세례에 우금치를 넘지 못한 동학 농민군의 한을 가슴 절절히 일깨워주지 않았던가. 조기숙 전 홍보수석은 “증조부가 고부 군수가 되기 전인 김해부사 시절 선정을 베풀었다”고도 했고, “억울한 가족사를 바로잡을까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110년 전 증조부의 잘못을 문제 삼아 조 수석을 탓할 순 없겠지만, 같은 기준은 친일파 후손들에게도 적용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바로 몇 달 전 100년 전 조상의 죄를 물어 후손들 재산을 빼앗겠다는 위원회가 출범하지 않았던가.
강안 남자와 조는 남자의 한판 대결은 무승부로 끝났다. 정청래 열린우리당 의원은 “의 연재소설 ‘강안 남자’가 연재된 뒤 신문윤리위원회의 신문윤리강령, 신문소설 심의기준 위반 등의 사례로 공개 경고 4회, 비공개 경고 21회, 주의 2회를 받았는데도 자성 없이 연재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로고 앞에 ‘19금’을 뜻하는 19(둘레에 동그라미 그려주세요)를 그려갖고 나와 “이는 폐간을 의미하는 등록 취소도 가능한 사안”이라고 흥분했다. (사실, 강안 남자 좀 심하다. 주인공 이름부터 수상스러운데 조철봉이 뭐냐, 조철봉이!) “아, 저 사람 저래도 될까?” 며칠 뒤 는 국감장에서 졸고 있는 정 의원 사진을 클로즈업해 반격에 나섰다. 둘 사이의 싸움은 이제 “발언을 수정하거나 취소할 수 없냐”는 기자의 말을 놓고 ‘협박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이제는 의 ‘살굿빛 고운 종이’만 봐도 나도 모르게 흥분된다. 아~, 너무 좋아!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김병기 배우자, ‘대한항공 숙박권 보도’ 다음날 보좌진 대동 보라매병원행

구형 앞둔 윤석열 “걱정하지 마세요”…김용현 “나는 두렵지 않아”

“러·중 그린란드 포위”, “덴마크는 썰매로 방어”…트럼프 주장 사실일까?

독일 대통령, 트럼프 직격…“세계가 도적 소굴이 되고 있다”
![[단독] 노동부→김앤장·전관→쿠팡...‘근로감독 정보’ 실시간 샜다 [단독] 노동부→김앤장·전관→쿠팡...‘근로감독 정보’ 실시간 샜다](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108/53_17678633647615_20260108503461.jpg)
[단독] 노동부→김앤장·전관→쿠팡...‘근로감독 정보’ 실시간 샜다

노벨평화상 마차도 “내가 베네수엘라 이끌 적임자”…존재감 부각

“콘크리트 둔덕 없었으면, 제주항공 승객 전부 살 수 있었다”

‘TV조선’ 출신 신동욱, 장동혁 비판한 조중동에 “팩트체크 좀”

용인 반도체 산단, 옮긴다면 어디로?

“윤석열 사형 부추김?”…장동혁 밀던 전한길, 계엄 사과에 반발
![마침내 극우에 표 던진, 공장노동자 내 어머니 [21이 추천하는 새 책] 마침내 극우에 표 던진, 공장노동자 내 어머니 [21이 추천하는 새 책]](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original/2026/0102/2026010250210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