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공포의 한 주였다. 추석 연휴도 끝났는데, 난데없이 조선판 가문 시리즈의 3부가 ‘급개봉’했다. 한국판 가문 시리즈는 코미디 영화지만, 조선판 가문 시리즈는 공포영화다. 김씨 ‘가문의 영광’의 재현이라는 역사적 사명을 자임하는 정일군은 ‘가문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핵장난, 아니 핵실험이라는 초강수를 두었다. 그런데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 너무나 익숙한 공포인 탓이다. 한국판 가문 시리즈의 3편인 ‘가문의 부활’이 ‘추석에는 코미디’라는 공식에도 불구하고 대박을 터뜨리지 못했다. 조선판 가문 시리즈의 3편인 가문의 부활도 내용은 열나게 공포스러운데 좀체로 실감이 나지를 않는다. 남조선 인민은 더 이상 오싹해 라면을 사재지 않는다. 한국판 가문 시리즈가 갈수록 민망한 코미디로 전락하듯이, 조선판 가문 시리즈도 갈수록 ‘싼마이’ 협박으로 전락했다. 한편에서는 영화광 김정일의 공포영화는 한반도가 아니라 태평양을 겨냥한 작품이라고 해석한다. 역시나 한류의 여파로 일본열도에서는 조선판 가문의 부활이 대박을 터뜨렸다. 벌써 일본에서는 영화의 외전까지 만들어졌다. 작품명은 제2차 핵실험. 이렇게 일본의 애국자들은 겁먹은 표정을 지으며 조선산 공포영화를 즐기고 있다. 하지만 정작 놀라게 해주려던 미국의 애국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정일군, 그렇게 해서는 흥행이 어렵다네. 부디 기막힌 반전(反戰)으로 ‘반까이’ 해줘!
김정일 감독의 가문 시리즈에 살 떨리는 공포를 느끼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 공포영화에 엑스트라로 동원된 북한 인민들이다. 그들은 핵실험에 기꺼운 표정을 짓도록 강요당했다. 그들은 본심을 숨기고 열심히 연기를 했지만, 출연한 영화가 저질로 판명돼 수출길이 막히면서 제대로 출연료도 못 받고 있다. 감독 잘못 만난 죄로 출연료를 받기는커녕 밥차마저 오지 않는다. 영화의 몰락이 감독 탓이지, 배우 탓이랴. 한완상 대한적십자사 총재의 주옥같은 말씀대로 “불구하고” 그들을 도와야 한다. 추위에 떠는 엑스트라들에게 모포를 쥐어주고, 돌아갈 집을 지을 시멘트를 보내야 한다. 누구보다 먼저 북한의 굶주림에 손을 내밀었던 ‘좋은 벗들’의 법륜 스님의 말씀 한마디. “북한 인민을 도우기 위해서 북한 인민을 옥죄는 정권과 손잡아야 하는 딜레마가 있다.” 뭐 대충 이렇게 기억된다. 정일군은 공포영화를 만들었지만, 그의 공포영화는 무섭지 않고 슬프다. 가슴이 찢어지는 슬픔이다. 저기, 카메라 뒤에 가려진 허기진 얼굴들을 보라! 고난의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정일군의 공포영화에 남쪽 관객이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라는 부제를 달아주자.
미국에서도 공포영화가 깜짝 상영됐다. ‘9·11’이 아니라 ‘10·11’이었다. 10월11일 뉴욕 맨해튼의 빌딩을 경비행기가 들이받았다. 군사용 제트기가 출격하는 9·11의 공포가 재연됐지만, 조준을 잘못한 뉴욕양키스 투수의 실투로 밝혀졌다. 목격자들은 양치기 소년처럼 “9·11” “테러”라고 외치면서 겁을 먹었다. 하지만 그들의 소름은 머지않아 사그라졌다. 알 카에다가 아직은 양키스 투수를 영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하튼 정말로 다행이다. 지구촌 어디에도 테러는 없어야 한다. 부디 한반도에서도 공포(恐怖)가 공포(空砲)로 끝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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