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경태 편집장 k21@hani.co.kr
동남아 거리엔 개가 많습니다.
얼마 전 다녀온 타이의 방콕도 개 천지였습니다. 아시아 토종인지 수입종인지 정확히 확인할 수 없지만, 도심을 어슬렁거리는 덩치 좋은 유기견들이 발길에 치입니다. 놈들은 평화로워 보입니다. 사람을 겁내지도 공격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심드렁한 눈길로 인파에 묻혀 제 갈 길을 갑니다. 미친개가 아니라면 위협을 느낄 이유가 없습니다. 그 얌전한 개들을 감상하다가 미국 개들이 떠올랐습니다. 아메리카 대륙을 자전거로 횡단한 홍은택씨의 말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개를 가족처럼 돌보는 미국에서 개들이 이렇게 사납게 돌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특히 켄터키 개들이 그렇다.” 그는 미국 동부 켄터키 지역을 자전거로 지나다 개떼의 습격으로 개죽음을 당할 뻔했다고 토로합니다. 그에 따르면, 켄터키의 개들은 마치 군사훈련을 받는 것처럼 질서정연하게 목표를 공략합니다. 그 개들이 그토록 공격적인 것은 인디언 침략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식민 개척기 시절, 개들이 인디언의 곰과 싸우는 것은 물론 인디언들의 습격을 탐지하는 감시견으로 전투에 참여하면서 성질이 더러워졌다는 겁니다. 그래서 지금도 지나가는 사람들만 보면 짖습니다. 개들도 주인의 성정을 빼닮는 모양입니다.
한국은 개나 사람이나 다 온순한 편입니다. 외국을 여행하면서 우리나라의 장점을 새삼 돌아보게 되는 게 있습니다. 바로 안전입니다. 특히 다른 나라들에 비하면 밤길을 어디든 마음놓고 다닐 수 있는 게 사실입니다. 상당수의 외국인들은 한국의 ‘밤길’을 최고로 칩니다. 이거 하나만큼은 자랑해도 좋을 듯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언론이 아무리 ‘북핵’으로 호들갑을 떨어도 시민들은 동요하는 기색이 없습니다. 그동안 너무 안전하게 살아와서 ‘안보 불감증’에 걸렸단 말입니까? 조·중·동을 비롯한 주류언론의 공세가 무색할 지경입니다. 시민의식이 성숙해졌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그게 아니라, 사는 데 지쳐 그냥 무관심한 건 아닐까요?
아무튼 저는 계속 안전한 ‘우리나라 좋은나라’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미국 켄터키를 여행하는 자전거 여행자처럼 하루하루 개에게 쫓긴다면 못살겠지요. 한데 요즘 왠지 ‘미국 개’에게 쫓기는 악몽을 꿀 것만 같습니다. 그 개는 틈만 나면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 등 남의 집에 쳐들어가 주인들을 물어뜯은 전력이 화려합니다. 수십 년 전부터 ‘조선 개’들의 돈줄과 밥줄을 끊어놓더니, 결국 핵실험이라는 사나운 대응을 부르고 말았습니다. 미국 개, 아니 개 주인들에 대한 책임론입니다.
미국 내부에서조차 이런 자성이 일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핵반대·한미연합사령부해체반대 천만인 서명운동본부’ 같은 보수단체 회원들께는 씨알도 안 먹힐 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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