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꼴찌[ggoljji] 명사.
차례의 맨 끝. 등급의 맨 아래 꼴등. 경상도 사투리의 꽁지바리, 꽁도바리에서 어근을 짐작할 수 있는데, 꼴찌는 ‘꽁무니’ ‘꽁지’에 쓰이는 ‘꽁’에서 왔다. 꽁무니가 어디서 왔을지는 연상에 맡김.
1등이 있으면 꼴찌도 있는 법. 박재동 화백이 고등학교 때 꼴찌 성적표를 받아오자 아버지가 했던 말이다. 수학적 위안 “일렬이라면 1등과 꼴찌 거리가 멀겠지만 원이라면 뒤돌아서면 1등이네”, 경제학적 위안 “바닥을 친 뒤의 주가 반등을 보아라. 꼴찌 했으니 다음에는 올라갈 수밖에 없겠구나”, 사회적 위안 “다른 만인의 행복에 헌신적인 공헌”도 가능하다. 공은 둥글어, K리그를 8위로 마감하고 하우젠컵에서 1무3패를 기록한 수원 삼성의 감독 차범근은 축구 중계방송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누구나 못하는 일에서는 꼴찌지만 잘하는 일에서는 1등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월드컵 결승전이 이루어지기 두 시간 전에 꼴찌 나라끼리의 A매치를 벌인다. 2002년에는 당시 FIFA 회원국 203개 중 202위 부탄과 203위 몬세라트 간에 경기가 열렸다. 부탄의 수도 팀부에서 열린 이 경기에서 부탄은 몬세라트를 4-0으로 완파했다. 이 경기는 특이해서 한국방송 에 방송됐는데, 이때 스펀지의 명제는 “2002년 꼴찌 월드컵에서 부탄은 ( ) 없이 승리했다”. 괄호 안은 ‘감독’이었다. 부탄의 감독 자리는 강병찬 전 축구대표팀 코치가 맡고 있었다. 그는 부탄에서 감독 생활을 하다가 암이 발병해 한국으로 들어왔고, 부탄은 강 감독이 한국에서 투병 중이던 기간에도 감독 자리를 비워두었다. 결국 감독은 부탄으로 돌아가지 못했고, 경기가 이루어진 날은 그의 49재였다고 한다.
2006 독일 월드컵 ‘꼴찌 결정전’은 ( ). FIFA 회원국 205개국 중 204위인 터크스카이코스제도, 205위는 미국령 사모아다. 사모아는 2002 월드컵 오세아니아 지역예선 오스트레일리아와의 경기에서 0-31로 패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6 독일 월드컵 ‘꼴찌 결정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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